OSEN 이상학 입력 2021. 01. 31. 17:12 수정 2021. 01. 31. 17:13
"야구계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지난 겨울 한 야구인은 "들으면 깜짝 놀랄 이야기가 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두산이 아니라 다른 구단이 매각될 수 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야구단 운영에 흥미를 잃었다고 한다"는 귀띔을 했다.
[OSEN=인천, 최규한 기자] SK행복드림구장./ dreamer@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야구계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지난 겨울 한 야구인은 “들으면 깜짝 놀랄 이야기가 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두산이 아니라 다른 구단이 매각될 수 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야구단 운영에 흥미를 잃었다고 한다”는 귀띔을 했다.
충격의 루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드러났다. 매각설이 꾸준히 나온 두산과 키움이 아니라 국내 재계 서열 3위의 SK그룹이 와이번스 야구단을 신세계그룹에 전격 매각한 것이다. KBO리그 역대 통틀어 6번째 매각 사례.
수년 전부터 야구단 인수에 관심을 가진 신세계의 입성은 놀랄 일이 아니지만 그 대상이 SK라는 점에서 야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과거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쌍방울 레이더스, 해태 타이거즈는 재정난으로 어쩔 수 없이 야구단을 정리한 반면 SK는 핵심 계열사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야구단을 포기했다.
대기업들은 그룹 이미지 제고 및 홍보, 사회 환원 차원에서 야구단을 운영했다. ‘최고 대기업만 야구단을 소유한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글로벌 마케팅에 나선 대기업들은 더 이상 내수에 의존하지 않는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이 지난 2015년 라이온즈 야구단을 제일기획으로 이관하며 손을 뗐고, SK도 그간의 정서를 깨고 야구단을 내놓으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야구단을 포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OSEN=인천, 김성락 기자] ksl0919@osen.co.kr
기업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SK가 끝이 아닐 수 없다. 야구단이 자생력을 갖추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느껴야 한다”며 “그룹들은 야구단 운영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 적자만 보는데 선수들이 사고를 치면서 이미지만 나빠진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실력에 비해 연봉이 너무 많다는 평가도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투자를 줄인 축소 경영으로 노선이 바뀌면 질적 하락이 올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미 인원 감축은 시작됐다. 한 때 100명을 넘겼던 선수단 규모도 70~80명 수준으로 줄었다. 코칭스태프도 30명 이상 대규모로 운영되던 팀도 있었지만 이제는 20명 안팎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야구단 전체가 큰 손실을 입은 가운데 SK가 발을 빼면서 그룹들은 야구단을 정리할 수 있는 구실이 생겼다. SK가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큰 오너를 두고 있는 팀들은 매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리그 전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야구계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KBO와 구단들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지자체와 얽힌 구장 광고권 문제를 비롯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선수들은 실력뿐만 아니라 모범적인 생활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지금 바뀌지 않으면 KBO리그에 1000만 관중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수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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