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나자 나흘째 급등…미 증시 왜 오를까? [뉴욕마감]
머니투데이 기사입력 2020-11-06 07:07 기사원문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조만간 확정되고 상원은 공화당의 우세가 유지될 것이란 기대로 뉴욕증시가 나흘째 급등세를 이어갔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추가 부양 가능성을 시사하며 주가를 떠받쳤다.
"상원을 공화당이 지키면 바이든 증세 못해"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542.52포인트(1.95%) 오른 2만8390.18로 장을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67.01포인트(1.95%) 상승한 3510.45를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가 4거래일 연속으로 1% 이상씩 오른 건 1982년 이후 처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00.15포인트(2.59%) 급등한 1만1890.93으로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들이 이날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애플과 아마존, MS(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이 일제히 2% 이상 뛰었다. 테슬라도 4% 넘게 올랐다.
바이든 후보가 당초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이른 시점에 당선권에 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 랠리로 이어졌다.
또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지키면서 바이든 후보의 증세와 규제 강화 등 반 시장적 정책을 제어할 것이란 기대도 깔려있다.
웰스파고자산운용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분할정부(민주당 백악관-공화당 상원) 시나리오에 만족하고 있다"며 "이 시나리오에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뉴시스
美연준 "경기부양 실탄 아직 남았다"…'제로금리' 유지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실탄이 아직 남았다"며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통상 연준은 정치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대선 직전엔 새로운 통화정책을 자제하는데, 이제 대선이 끝나면서 추가 부양에 걸림돌이 사라진 상태다.
이날 연준은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며 기준금리를 0∼0.25%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직전에 열린 지난 9월 정례회의 때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7명 가운데 13명이 2023년까지 현 제로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FOMC는 이날 통화정책 성명에서 "경제활동과 고용이 계속 회복 중"이라면서도 "여전히 연초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직전 회의 땐 "최근 몇달 간 경제활동과 고용이 회복됐다"고 했는데, 이번엔 표현이 한층 누그러졌다.
연준이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과 전 세계에 엄청난 인간적,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 문구는 종전 그대로 들어갔다.
또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한동안 연 2%를 적당히 넘는 궤도에 오를 때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며 평균물가목표제 채택 방침도 재확인됐다. 평균물가목표제는 과거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2%)를 밑돈 기간 만큼 이후 목표치를 웃도는 것을 허용해 전체 평균으로 목표치를 맞추는 것을 말한다.
파월 의장은 이날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기회복세가 둔화됐다"며 "향후 경기가 아주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특별히 우려된다"면서도 "경제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말했다.
또 파월 의장은 "연준은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이 부족하지 않다"며 "월 12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기부양을 위해선 의회가 추가 재정지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실업수당 청구를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
美 지난주 실업자 75만명…예상보다 많았다
미국의 신규 실업자 수는 전주보다 소폭 줄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보단 부진했다.
미 노동부는 이날 지난주(10월 25∼3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75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7000건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 사태로 미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최저치다.
그러나 당초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72만8000명(마켓워치 집계)보다는 많았다.
또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감소를 단순히 고용시장 개선 때문으로 볼 수 만은 없다. 주정부의 정규 실업수당은 최대 26주까지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량 해고가 본격화된 4월쯤 일자리를 잃은 뒤 26주 간 실업수당을 받아온 이들이 자동으로 정규 실업수당이 아닌 연방정부의 '팬데믹 긴급실업수당'(PEUC) 수급 대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PEUC는 최대 13주 간 지급되고 그 이후엔 최대 20주 동안 연방-주 정부의 실업급여 연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가 본격화된 직후인 지난 3월말 68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약 4개월 간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7월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세와 함께 증가와 감소, 정체를 반복해왔다.
미국에서 최근과 같은 대규모 실업은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 2월까지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건대에 불과했다.
종전까지 최대 기록은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10월 당시 69만5000명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최대 66만5000명(2009년 3월)에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바이든 이겼다는 모든 주에서 소송"
대선에서 패색이 짙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시간 뿐 아니라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주장하는 모든 주에서 소송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당선인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바이든이 (승리를) 주장하는 모든 주들이 유권자 사기와 주의 선거 사기 때문에 우리에 의해 법적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하며 "그저 언론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이어 "우린 승리할 것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이 우선)"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주에 이어 이날 서부의 경합주 네바다주에서도 불복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네바다 주에서 최소 1만명이 불법 투표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트럼프 캠프 측은 더 이상 네바다 주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서 투표가 이뤄졌다면서 '유권자 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개표가 86% 진행된 네바다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48.7%를 득표하며 바이든 후보(49.3%)에 7000여표 차이로 뒤져있다. 네바다 주에는 대통령 선거인단 6명이 걸려있다.
전날 트럼프 캠프는 개표 중 역전당했거나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주에서도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위스콘신 주에선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통상 미국에서 선거 관련 소송은 한국의 행정법원에 해당하는 청구재판소 또는 고등법원 격인 항소법원에 제기하는데, 당사자가 상고할 경우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연방대법관 임명을 강행하며 연방대법원을 6대 3의 압도적 보수 우위 구도로 만들어둔 건 이런 소송전을 위한 포석이다.
미시간 청구재판소 "소송 너무 늦었다"
한편 미시간 주의 대선 개표를 중단해 달라며 트럼프 대통령 측이 낸 소송은 1심에서 기각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시간 주 청구재판소의 신시아 스티븐스 판사는 이날 심리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가 전날 제기한 개표중단 청구를 기각했다.
전날 트럼프 캠프는 미시간 주의 선거 관리를 책임지는 주정부가 개표를 가까이 참관하는 것을 막았다며 개표를 멈춰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스티븐스 판사는 이 소송이 개표가 끝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제기됐다는 점에서 시간상으로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캠프가 소송의 피고로 지목한 조슬린 벤슨 미시간 주 국무장관이 지역의 개표 과정을 통제하지 않은 만큼 소송 대상 역시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핵심 경합주 미시간 주에선 바이든 후보가 개표 중반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졌으나 막판에 개봉된 우편투표에서 몰표가 쏟아지며 2.7%포인트 차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왼쪽)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최악의 경우 하원서 대통령 뽑을 수도
전날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과 위스콘신 주에서 사실상 역전승을 거두며 총 25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을 위한 선거인단 '매직넘버'인 270명까지 불과 17명을 남겨둔 셈이다.
미 대선에선 전국 득표율과 상관없이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미국 50개주 대부분이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정당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예외는 메인 주와 네브래스카 주 2곳 뿐이다.
따라서 바이든 후보가 현재 앞서고 있는 애리조나의 선거인단 11명에 네바다의 6명까지 차지한다며 사실상 당선이 확정되는 셈이다. 다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소송으로 주별 개표 결과가 뒤집히거나 소송 장기화로 12월14일 선거인단 투표일까지 개표 결과가 확정되지 않는 사태가 없다는 전제에서다.
만약 12월14일 선거인단 투표일까지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미국 대통령 선출 기준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없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이 경우 하원이 대통령, 상원이 부통령을 뽑게 돼 있다.
이때 하원에선 주의 인구 또는 의원 수와 상관없이 주별로 한 표 씩만 행사할 수 있다. 현재 하원은 공화당이 26개 주, 민주당이 22개 주에서 다수당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구도라는 뜻이다. 부통령을 뽑는 상원도 공화당이 다수다.
만약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20일까지 대통령이 결정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임시 대통령 직을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과정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군 또는 자신을 지지하는 민병대까지 동원하려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칫 민주당을 지지하는 민병대 또는 트럼프 대통령에 항명하는 연방군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는 최악의 내전 사태까지 우려된다.
바이든 당선 베팅에 달러 뚝-금값 쑥
한편 시장이 바이든 후보의 당선에 베팅하면서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고 금값은 급등했다. 바이든 후보가 집권할 경우 재정지출 확대로 달러화가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이날 오후 5시25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94% 떨어진 92.53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2조2000억 달러(약 250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는 등 대규모 재정지출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미 국채 발행 규모가 커지고 그만큼 달러화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는다.
반면 금값은 크게 올랐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54.90달러(2.9%) 뛴 1951.10달러에 거래 중이다. 대개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국제유가는 내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6센트(0.9%) 내린 38.7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내년 1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밤 11시3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53센트(1.3%) 떨어진 40.70달러에 거래 중이다.
뉴욕=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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