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라 했는가
(WWW.SURPRISE.OR.KR / 권종상/ 2020-11-04)
미국 대선 당일, 우편물도 그리 많지 않은데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할 것을 명령받았고, 되도록 일찍 일을 마치고 조속히 귀가할 것을 종용받았습니다. 지금 연방 우정국은 여러가지로 이슈의 중심에 서 있고, 심지어는 우편 트럭에 대한 테러까지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명령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약한 것인가, 그리고 포퓰리즘이 어떻게 민주주의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이유로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을 갖고 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맹점을 파고들어 그의 개인적 욕망을 실현하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겁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좋은 점도 있습니다. 미국의 이 낡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문화는 변화해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칩니다. 지금의 이 제도가 전통의 수호라는 이름으로 지켜지는 한, 미국의 민주주의는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을 늘 안고 가야 합니다. 그러나 21세기, 이렇게 수많은 통신 수단이 생기고 전자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한 시대에조차 미국이 과거 낡은 시스템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고수하는 것이 얼마나 고루한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게 이번 선거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요.
그 시스템에 도전하는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대적인 개혁을 가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고는 생각합니다. 어떤 선거가 세상에 이만큼의 위협이 된 적이 있었습니까?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고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나라의 선거입니다. 그런데 그 선거가 축제가 되기는 고사하고 끝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고 심지어 이웃 나라 캐나다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국경을 막고 있는, 도대체 이게 제 3세계의 독재자들이 집권할 때나 나오던 일 아닙니까? 저는 이것만으로도 트럼프는 권좌에서 쫓겨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이 갖고 있는 헛점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대선같은 중요한 선거에서 간선제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시스템은 그 헛점을 더더욱 드러냅니다. 아무튼 낡은 것들은 새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 하고, 이번 선거를 통해 많은 미국인들은 이 선거 제도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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