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현 입력 2020.08.15. 11:50
대통령,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참석
축사에서 '헌법 10조' 행복추구권 언급
"개인 존엄 지키는 일, 나라에 손해 아냐"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축사에서 전면에 내세운 키워드는 ‘헌법 10조’였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한 헌법 10조를 부각하면서 ‘국민 개개인의 광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동시에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을 위한 일본기업의 배상을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 1조로 탄생한 정권, 헌법 10조를 말하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개인이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나라를 생각한다”면서 “그것은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헌법 10조의 시대다. 우리 정부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헌법 10조를 들고 나온 것은 75년 전과 현재의 대한민국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75년 전에는 개개인들이 희생해 나라를 지켰다면, 이제는 반대로 국가가 개개인의 성취와 행복을 지지해줄 때가 됐다는 것이다.
짧게는 3년여 전과도 관련이 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어 정권을 교체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것은 헌법 1조와 관련이 깊다. 당시 국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메시지를 들고나왔다. 국민 개개인이 나라를 바꾼 사건이었다.
반대로 헌법 10조는 나라가 국민의 행복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2016년 겨울, 전국 곳곳의 광장과 거리를 가득 채웠던 것은 헌법 1조의 정신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촛불을 들어 다시 한 번 역사에 새겨놓았다”며 “그 정신이 우리 정부의 기반이 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광복이 이뤄졌는지 되돌아본다”며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헌법 10조를 들고나왔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그동안 자유와 평등의 실질적인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사회안전망과 안전한 일상을 통해 저마다 개성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한 사람의 성취를 함께 존중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면서 헌법 10조 정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결코 우리 정부 내에서 모두 이룰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들께 드리고, 확실한 토대를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생존 애국지사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제징용 문제도, 남북협력도 헌법 10조로 ‘관통’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도 헌법 10조와 같은 맥락으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소송한 세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홀로 남은 이춘식 어르신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나 때문에 대한민국이 손해가 아닌지 모르겠다” 하셨다”면서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2005년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징용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에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유효성은 인정했지만 개인의 ‘불법행위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언급한 것이다.
남북 협력도 헌법 10조, 개개인의 행복을 들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평화를 추구하고 남과 북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도 남과 북의 국민이 안전하게 함께 잘 살기 위해서”라면서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볼 수 있게 협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남북 협력”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think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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