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님 페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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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0 07:06:36 수정일 : 2020-07-20 08:35:41 221.♡.127.197
지금정부가 망하기만을 바라는..
콜라를 많이 마시면 국민이 더욱 건강하고,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진다?
작성자 이준구서울대명예교수 2020.07.19
경제이론은 기본적으로 여러 변수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폐 공급량을 늘리면 이자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하나의 인과관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떨어진 이자율이 투자를 늘린다는 것이 또 하나의 인과관계입니다.
이처럼 화폐 공급량 증가가 이자율 하락을 가져오고, 이자율 하락이 투자의 증가를 가져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바로 통화정책의 이론이지요.
이것이 바로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경제학원론 책을 보면 이를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두 개의 변수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둘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causation)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날씨가 더워지면 선풍기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에어콘 수요도 늘어납니다.
그러나 선풍기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에어콘 수요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에어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선풍기 수요가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한 변수의 변화가 다른 변수의 변화를 가져왔을 때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바로 앞에서 본 예에서는 두 변수 사이에 그 어떤 인과관계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선풍기 수요와 에어콘 수요 사이에는 단순한 상관관계(correlation)만이 존재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첫 부분에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엄밀하게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경제학 연구에서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확대해석할 때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쓴 경제학원론에 소개된 ‘코카콜라지수’(Coca-cola index)가 그 좋은 예입니다.
국제연합, Freedom House 등 권위 있는 국제기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콜라를 많이 마시는 나라일수록 국민이 더 건강하고,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부유한 것은 물론, 더 많은 정치적 자유도 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콜라를 마시는지를 측정해 지수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에 기초해 만든 것이 바로 코카콜라지수입니다.
물론 이것은 진담이 아니고 순전히 농담으로 하는 말입니다.
어떻게 콜라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그런 갖가지 긍정적 효과가 나온단 말입니까?
콜라 소비량과 그들 사이에는 단순한 상관관계 이상의 아무런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게 너무나도 뻔하지 않습니까?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처럼 콜라를 마시는 나라의 국민이 상대적으로 더 건강하고, 교육도 많이 받고, 부유한 데다가 정치적 자유도 더 많이 누리고 있을 뿐입니다.
콜라를 많이 마셨기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로 이를 설명하려는 것은 바보천치 같은 짓이지요.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해 “지금부터 우리도 콜라를 많이 마셔 선진국이 되자.”고 부르짖는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이 되겠습니까?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어떤 의학자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초콜렛을 많이 먹는 나라에서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본 결과, 초콜렛에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추정을 했습니다.
나는 그 논문이 인용된 글을 읽고 가가대소했습니다.
단순한 상관관계로 보면 될 것을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노력한 나머지 우스꽝스러운 답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노벨상 수상자들을 개별적으로 조사해 그들의 초콜렛 소비량이 보통 사람보다 더 높다는 것도 찾아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처럼 초콜렛 소비량이 높은 데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되었을 뿐입니다.
초콜렛을 많이 먹어서 노벨상을 많이 타게 되었다는 추론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논리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나는 오늘 J일보 인터넷판 탑기사를 보고 초콜렛 관련 글을 보았을 때처럼 또 한 번 가가대소했습니다.
그 기사는 두 개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부동산 세수 증가가 집값, 전세값의 상승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부동산 세수와 집값, 전세값이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변화해온 추이가 보여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이 단순한 상관관계 이상의 인과관계를 보여준다는 논리적인 설명은 하나도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기껏 제시한 것이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세수가 크게 늘어난 동시에 집값, 전세값이 뛰었다는 식의 논리였습니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 때는 부동산 세수가 줄고 집값, 전세값이 하락세를 보였다는 겁니다.
이어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논리가 전개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설명들이 무척 논리적인 것 같이 보여도, 그 안에는 아무런 논리가 포함되어 있지 못합니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인과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하등의 논리가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단지 부동산 세수와 집값, 전세값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부연설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요.
각 정부하의 부동산 세수와 집값, 전세값의 추이를 그렇게 단순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 내막을 들여다 보아야 비로소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하에서 집값이 크게 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부동산 세수 증가에 기인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신설로 부동산 세수가 증가하게 된 것은 집값 상승이 일어난 후의 일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집값, 전세값이 하락세를 보인 것도 부동산 세수가 줄어서 그런 게 절대 아닙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급락한 데다가 노무현 정부 후반에 도입된 투기억제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동산 경기의 침체기조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것이지 부동산 세수를 줄여서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게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일으키지 못해 안달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때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냐구요?
모든 정책은 실시된 그 시점부터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차(time lag)를 두고 시차를 내게 되어 있습니다.
그때의 부동산투기 조장책의 본격적 효과가 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 때라고 보는 게 옳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문재인 정부가 그런 투기조장 기조를 일거에 청산하지 못해 오늘의 수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집권 초기에 부동산투기 조장책이라는 구 정권의 적폐를 일거에 청산하고 이제는 다른 세상이 왔음을 분명하게 알려야 했다는 말입니다.
그 기사에 고작 제시된 경제적 논리는 물품세의 전가와 관련된 이론입니다.
우리가 쓴 경제학원론 424페이지에 나오는 그림을 인용해 주택에 부과된 세금이 매입자에게로 일부 전가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요.
그러나 그 전가폭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런 상황에 대한 설명은 전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부동산의 가격과 세금 사이의 관계에 대한 더 고차원의 이론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조세문제를 다루는 재정학에서는 ‘자본화’(capitalization)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부동산의 공급이 고정되어 있다는 가정하에서 부동산에 장래 부과될 세금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을 가져온다는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동산의 소유자가 앞으로 매년 1억원씩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해봅시다.
연간 할인율이 5%라고 할 때, 내년에 낼 1억원을 현재가치로 계산해 보면 9,500만원 정도 됩니다.
할인을 통해 현재가치를 구하려면 1억원을 1.05로 나누어야 하는데, 대략 이 수치를 얻을 수 있지요.
그 다음 해에 낼 1억원의 현재가치는 1억원을 1.05의 자승으로 나눈 값인데, 이것이 9000만원 정도 됩니다.
이렇게 매년 내야 할 세금의 현재가치를 구해 모두 더하면 미래에 납부하게 될 세금 부담의 크기가 됩니다
.
예컨대 세금이 존재하지 않을 때 그 부동산의 가격이 30억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제 세금이 도입되면 그 부동산을 사는 사람은 30억원에서 미래에 예상되는 세금 부담액을 깎은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겠어요?
이것이 바로 자본화라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측면에서 똑같은 두 채(A,B)의 집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한 집(A)에는 전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데, 다른 집(B)에는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에서만 차이를 갖는다고 합니다.
이때 B에게 부과된 세금의 현재가치가 5억원으로 예상되는데, A의 가격이 30억원이라고 해보지요.
만약 합리적으로 주택 가격이 결정된다면 B의 가격은 25억원이 되지 않겠습니까?
공급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예상되는 세금 부담은 즉각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바로 자본화의 논리입니다.
이 자본화의 논리에 기초해 종합부동산세 부과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르쳐 드린 방법에 따라 스스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의 현재가치를 계산해 보세요.
무지무지하게 큰 금액을 얻게 될 것이 틀림없고,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종합부동산세의 강화는 분명 그만큼의 주택 가격 하락을 가져옵니다.
그런데 왜 그런 부동산 가격 폭락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느냐구요?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어느 가격에든 팔지 않겠다고 요지부동의 태도를 보이면 가격은 떨어질 리 없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자본화의 이론은 시장이 이론에서 말하는 대로 이상적으로 움직일 때 예측될 수 있는 결과일 뿐입니다.
내 짐작에 다주택 소유자들은 지금 눈치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선뜻 내다 팔았다가 나중에 몹시 후회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가까운 장래에 정권이 바뀌고 다시 부동산투기 조장책으로 전환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지금 야당이 하고 있는 언행을 보면 집권 즉시 이명박, 박근혜 시대의 부동산투기 조장책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해 보이지 않습니까?)
부동산에 부과된 세금 부담의 일부가 임대가격의 상승이란 형태로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과연 어느 정도로 전가될 것인지 알려면 수요와 공급의 조건에 대한 조심스런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리도 장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과세의 강화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론을 들먹이며 부동산 과세가 주택 가격을 올려 구입자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단언하는 것은 위험스런 논리입니다.
J일보의 기사처럼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나는 7.10 조처를 통해 이제는 무조건 집값 오르기만을 기다리며 집 사재기를 하는 것은 어려워졌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가 실제로 주택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입니다.
이 조치에도 불구하고 투기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면 주택가격이 오히려 뛰어오를 수도 있으니까요.
J일보의 무책임한 보도가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와 같은 무책임한 예측을 통해 투기수요를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과세가 주택가격 상승을 가져오는 것이 분명하다면 누구든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집을 사려고 난리를 치지 않겠습니까?
그 기사는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신문을 보면 30, 40대 사이에서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 한다는 조급증이 매우 커졌다고 합니다.
그와 같은 공포구매(panic buying)는 투기수요가 아니지만 분명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됩니다.
J일보의 그 기사가 그런 공포구매까지 부추긴다면 우리 사회에 무척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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