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입력 2019.08.02. 11:24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운데)가 아소 다로(麻生太郞·오른쪽) 부총리 겸 재무상, 이시이 게이치 국토교통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일 한국의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 제외를 결정한 각의(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로이터]](https://t1.daumcdn.net/news/201908/02/ned/20190802112416400kqga.jpg)
일본 아베 정부가 우리의 결사적인 반대와 세계 경제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함으로써 사실상 전면적인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이는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감은 물론, 양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기고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을 훼손해 세계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아베 발(發) ‘위험한 자충수’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이번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와 정밀화학·정밀기기 등 대(對)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조달에 차질이 빚어져 우리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이는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일본 경제에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고조시키고 일본산 불매운동이 확산돼 여행·소비재 등으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아베 정부는 2일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를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 27개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의 의결을 감행했다. 이 개정안은 경제산업상과 총리의 서명, 일왕의 공포 절차를 거쳐 21일 후 시행된다. 시행 시점은 이달 하순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2·3·4·5·6면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한국 기업이 일본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할 때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달 초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이후 지금까지 1건의 수출도 승인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전면적 수출제한 조치로 해석된다.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민주주의 삼권분립 원칙은 물론 한국의 사법주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무리수가 아닐 수 없다. 또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우방국을 압박하는 매우 위험한 조치다. 지난 50여년 동안 과거사 등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 속에서도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양국 경제관계의 근간도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이번 전면적 경제도발로 한일 관계는 최악의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다.
국내적으로는 당장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수입선 다변화 및 국산화 대체 등을 위한 세제·재정·정책적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경제의 체질개선과 일본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는 기회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거의 전 품목에 대한 수출에 제한을 가할 경우 무엇보다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 1차 타깃이 돼 우리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품목별 대일 수입의존도를 분석한 결과, 의존도 50% 이상인 품목이 253개로 지난해 기준 일본으로부터의 총수입액이 158억5000만달러에 달했고, 90% 이상인 품목은 48개로 수입액은 27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범용 제품보다는 첨단기술이 복합된 핵심 소재·부품들이 대부분으로, 수출 제한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는 일본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한일 양국은 지난 50년 동안 형성된 국제분업 체계 속에서 긴밀한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여기에 균열이 생기면 모두 치명타를 입게 된다.
한국 입장에서 일본은 중국·미국·베트남·홍콩에 이어 5위 수출 대상국이며, 3위 수입국이다. 일본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은 3위 수출 대상국이며, 5위 수입국이다. 특히 한국이 일본에 수출하는 제품 가운데 소비재는 11.4%인 반면, 자본재가 10.2%, 중간재는 76.5%에 달한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소재·부품을 주로 수입하지만, 한국은 이를 토대로 중간재를 대거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다 급속도로 확산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미 소비재와 관관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753만명으로 총 외국인 관광객 3120만명의 24%를 차지했다. 일본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838만명)에 이은 2번째로 큰 고객이다. 특히 한국인이 주로 찾는 일본 남부 지역은 치명타를 입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한국의 유통·서비스·자영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결국 아베의 이번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를 대혼란에 빠뜨리는 아베의 근시안적 자충수이자 자해행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방주의를 고집하는 아베 정부가 과거 역사와 글로벌화한 현실을 직시하고, 위험한 도발을 멈추길 우리 국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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