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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은 더 강해지고, 약팀은 더 약해지는 프로야구 '마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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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9. 6. 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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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강팀은 더 강해지고, 약팀은 더 약해지는 프로야구 '마태효과'

MBC PLUS  배지헌 기자 입력 2019.06.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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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마태효과’
-프로야구에도 마태효과가…강팀은 강팀이라 더 강해지고, 약팀은 약팀이라 더 약해진다
-헨리 소사는 롯데 대신 강팀 SK 선택더 많은 승수, 좋은 성적, PS 진출 가능성 고려
-강팀은 여유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시즌 운영, 약팀엔 그만한 여유가 없다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올라오려고 발버둥쳐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빈자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 '기생충'.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올라오려고 발버둥쳐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빈자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 '기생충'.
 
[엠스플뉴스]
 
‘마태효과’란 사회학 용어가 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부의 집중 현상을 가리킨다. 성경책의 마태복음 25장 29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해지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로,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킹 머튼이 처음 사용했고 작가 맬컴 글래드웰이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에서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마태효과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이미 얻은 사람은 바로 그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덕분에 더 부유해지고 풍족해진다. 더 좋은 교육과 더 많은 기회를 통해 재산을 축적하고, 좋은 것 많이 먹고 운동을 많이 해서 더 건강해진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바로 그 가난 때문에 더 궁핍해지고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선균) 가족이 야외 캠핑과 한우가 들어간 짜파구리, 애정행각의 여유를 누릴 때 기택(송강호) 가족은 폭우로 반지하 집이 물에 잠기고 수재민이 된다. 기택 가족과 문광(이정은) 가족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선택은 끔찍한 파국으로 이어진다. ‘기생충’은 영원히 지하에 머무는 기택 가족처럼,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방법이 사라진 한국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 보인 영화다.
 
헨리 소사는 약팀 아닌 ‘강팀'을 선택했다
 

SK 와이번스와 계약한 헨리 소사(사진=SK)

SK 와이번스와 계약한 헨리 소사(사진=SK)
 
프로야구에도 ‘마태효과’가 있다. 강한 팀, 잘 나가는 팀, 합리적이고 영리한 운영을 하는 팀은 바로 그 비교우위를 통해 갈수록 더 좋은 팀이 된다.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를 영입해 선발진을 강화한 SK 와이번스가 좋은 예다. 
 
SK는 이미 브록 다익손이라는 꽤 나쁘지 않은 외국인 투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패스트볼 구속과 이닝 소화 능력에 아쉬움을 느꼈고, 남은 시즌을 더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선 다익손보다는 소사와 함께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으로 결단을 내렸다. 
 
사실 소사 영입 움직임이 먼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구단은 롯데였다. 롯데도 소사와 계약을 염두에 두고 구단 관계자를 타이완 현지에 파견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소사는 10위 팀 롯데가 아닌 1위 팀 SK를 선택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한국야구를 잘 아는 소사의 영리한 선택”이라 했다. SK는 리그 1위의 압도적인 전력을 갖춘 팀이다. 더 많은 승수를 거둘 수 있고, 수비 도움을 받아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추가 수당을 챙길 가능성도 높다. 아마 소사가 아닌 다른 투수라도 SK를 선택했을 것이다.
 
SK는 강팀이기 때문에 소사를 잡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강한 선발진이 소사 합류로 더 막강해질 전망이다. 소사는 매 경기 7, 8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터다. 소사 합류로 불펜투수진 소모가 줄어들면서, 남은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불펜진이 싱싱한 구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년 연속 우승 목표를 향해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선 SK다.
 
소사 영입이 예정보다 빨라지면서 생긴 선발 공백도 SK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화요일 경기에서 SK는 임시선발 이케빈이 키움 강타선을 3이닝 1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이후 나머지 6이닝을 불펜투수 5명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워낙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풍부한 투수진을 갖추고 있어, 한 두 경기 선발 공백 정도론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롯데는 약팀이기 때문에 소사를 잡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의 아쉬운 행정 능력까지 드러나 더 뼈아픈 결과가 됐다. 기존 외국인 투수 제이크 톰슨은 현재 부상 중인 데다, 건강하더라도 좋은 활약을 보장하기 어렵다. 나중에 가서 대체 외국인 투수를 찾아도 좋은 투수를 구한다는 보장이 없다. 악순환의 연속에 남은 시즌 더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는 롯데다. 지하실 문이 드르륵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강팀은 투구 수 조절, 선발 휴식, 부상 관리 여유약팀은 여유가 없다
 

2년 연속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던 최원태. 올해는 선발 '휴식기'를 주기적으로 부여받으면서 풀시즌 완주를 목표로 한다(사진=엠스플뉴스)

2년 연속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던 최원태. 올해는 선발 '휴식기'를 주기적으로 부여받으면서 풀시즌 완주를 목표로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빈부격차가 사람의 인지능력과 판단력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3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돈을 사용하는 데 현명한 결정을 내렸고, 논리 테스트와 인지능력 테스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반면 금전 문제로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뇌의 인지기능이 저하돼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뇌의 인지능력은 한정돼 있는데, 이 공간에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걱정이 들어서면서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머리를 쓰지 못하게 된 결과다. 인간의 지능과 판단력에도 일종의 마태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참 슬픈 얘기다. 
 
이 원리는 프로야구 구단들의 투수 기용에도 대입할 수 있다. 우수한 팀은 두터운 투수 뎁스를 자랑한다. 선수 기용에 여유가 있다. 눈앞의 1승만 바라보지 않는다. 좀 더 멀리까지 내다본다. 주축 투수의 과부하를 최소화하면서, 장기 레이스와 포스트시즌까지 대비하는 운영이 가능하다.
 
SK 와이번스는 철저한 선발투수 관리로 성공을 거둔 팀이다. 선발투수가 웬만해선 100구 이상을 던지는 법이 없다. 무리해서 많은 이닝을 던지게 하지도 않는다. 지난 시즌 SK 팀 내 최다이닝 1위는 159.1이닝을 던진 박종훈,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는 158.1이닝만을 던졌다. 토미존 수술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여러 차례 ‘휴식기’를 누리면서 136이닝만 던졌다.
 
정규시즌에서 힘을 비축한 이들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싱싱한 구위를 자랑했다. 김광현은 3경기 17.2이닝을 던졌고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엔 마무리투수로 등장해 광속구를 뿌렸다. 켈리도 3경기 16.1이닝을, 박종훈이 3경기 13.2이닝으로 뒤를 받쳤다. 결과는 한국시리즈 우승. 올 시즌에도 SK는 같은 운영방식을 이어가는 중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선발 투구 수 관리에 더해 아예 정기 ‘휴가’까지 준다. 최원태, 안우진, 이승호 등 젊은 투수들을 주기적으로 엔트리에서 빼서 열흘간 휴식을 취하고 재정비할 시간을 준다. 부상 위험에 취약한 젊은 투수들을 보호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풀시즌을 치르게 하려는 비책이다. 
 
당장 한 두 경기 투수진에 어려움을 겪을지 몰라도,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엄청난 효과로 돌아올 기용법이다. 영건 투수들이 부상없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하는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김동준이라는 뛰어난 스윙맨이 있기에 실현 가능한 계획이다. 선수층 두터운 팀이라 누릴 수 있는 여유다. 
 
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의 부상에 조급해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두산은 후랭코프를 엔트리에서 빼고 좌완 이현호를 대체 선발로 기용했다. 이현호는 올 시즌 대체 선발로 나선 6경기에서 26이닝 동안 평균자책 3.46으로 훌륭하게 제 몫을 해냈다. 
 
후랭코프의 부상 공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현호가 있기에 당장 선발 공백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 분위기다. 두산은 후랭코프 복귀의 데드라인을 이달 16일까지로 보고 있다. 만약 후랭코프가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고 돌아와 호투를 펼친다면, 두산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면 선수층이 약한 팀은 여유가 없다. 당장 1승이 급하다. 주축 투수의 투구 수를 관리하거나, 엔트리에서 빼서 재조정 시간을 주는 사치를 누리기 어렵다. 
 
삼성 라이온즈 저스틴 헤일리는 시즌 초반 ‘알고도 못 친다’고 할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와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4월 24일 옆구리 통증으로 조기 강판당한 뒤, 좀처럼 시즌 초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부상에 대한 우려가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흐트러졌다”고 했다.
 
헤일리는 올 시즌 전까지 이렇다 할 부상 없이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해온 선수다. 부상과 수술 경험이 있는 선수에겐 대수롭지 않은 통증도 헤일리에겐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다. 투수가 부상 부위를 신경 쓰면서 공을 던지면, 다른 부위까지 통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실제 헤일리는 5월 17일 KT전에서 오른팔 근육통으로 조기 강판당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만약 팀 사정에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보다 완벽하게 회복하고 재조정하는 시간을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이 그럴 만한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했다. 삼성은 헤일리를 1군 말소 열흘만에 다시 올려 마운드에 세웠고, 그 결과는 5월 내내 아쉬운 투구내용으로 이어졌다. 당장의 선발 공백은 채웠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손해다. 
 
영화 ‘기생충’은 선량한 빈자들이 연대해 계급을 무너뜨리는 전복을 보여주지 않는다. 남궁현자 선생이 지은 대저택을 소유하는 기택 가족의 상상은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 기택 가족은 아버지도, 남은 가족도 어둡고 퀴퀴한 지하를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하는 프로야구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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