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김태규 입력 2019.02.28. 13:32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보좌할 2차장에 김현종(60)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한 것은 대북 제재 완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주(駐)유엔 한국대사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많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김 차장의 이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8일 신임 안보실 1차장에 김유근(62) 현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을, 2차장에 김현종(60) 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각각 임명했다. 김 차장의 임명으로 생긴 통상교섭본부장 공백은 유명희(52) 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을 승진 임명하는 것으로 메웠다.
문 대통령이 이날 단행한 3명의 차관급 인사는 김 차장이 통상교섭본부장에서 안보실로 자리를 이동하면서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김현종 시프트(Shift)'인 셈이다. 지난 1월 개인 사정을 이유로 통상교섭본부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김 차장에게 새 자리를 주면서 연쇄 이동이 이뤄졌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김현종 시프트'는 최근의 한반도 정세 흐름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이 남북 철도·도로연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시도에 나서고 있는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사이의 실무협상 직전에 나온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됐다. 동시에 남북경협에 나설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도 내포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아무런 조건과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환영하며 적극 추진 의사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며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이 유엔 내 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정상통화에서 남북경협을 비핵화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김 차장을 안보실로 불러들인 것도 하노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본격적인 제재 완화 국면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중간에 서둘러 인사를 단행한 점으로 비춰볼 때 북미 간 합의 결과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경협을 지체 없이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남북이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철도·도로 협력 관련 자료를 상호 교환한 점을 봐도 문 대통령의 철도·도로 연결에 얼마나 속도를 내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 차장은 한미 FTA 협상을 두 번이나 주도한 통상전문가 이외에도 '유엔 통'으로 평가받는다.
김 차장은 주유엔 한국대사(2007~2008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부의장(2008년)을 지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위원(2016~2017년)도 역임하는 등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아울러 정통 관료 출신으로 과거 외무부 통상국 국장을 지낸 정의용 실장과도 유기적인 호흡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998년 정 실장이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재직 시절, 김 차장은 그 아래 통상전문관으로 같이 일한 경험이 있다. 이후 2003년 통상교섭조정관 자리까지 올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김 차장은 통상 외교의 고비고비마다 특유의 뚝심과 뛰어난 협상력으로 국익을 지켜온 외교·통상 분야 전문가"라며 "외교·통상 분야에서 쌓아온 다양한 현장 경험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제2차장으로서 정부의 외교·통일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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