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한은화 입력 2019.01.17. 15:33
김 씨는 “지난달 16억원에 내놨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애가 탄다”며 “9.13부동산 대책 이후 매수자 씨가 마른 것 같다. 공인 중개업소가 14억원에 내놓자는데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리센츠 단지 인근에서 영업 중인 김세빈 공인중개사는 “잠실뿐 아니라 강남 3구에서 거래 절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리센츠의 경우 4년 전 가격(8억5000만원)이 되면 매수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택거래량은 5만6000건으로 전년 동월(7만2000건) 대비 22.3%, 5년 치 평균(8만6000건) 대비 35.6% 줄었다.
서울의 경우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지난해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 단지를 포함해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의 매매가 뚝 끊겼다. 지난해 12월 주택 거래량은 7000건에 그쳤다. 전년 동월(1만3740건) 대비 절반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3696가구)의 경우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현재까지 매매 거래가 5건에 그쳤다. 이 아파트의 경우 호가(呼價)가 실거래가보다 더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15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 84㎡가 현재 14억대로 나와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김종억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은 집값이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고 관망하는 한편 매도자들은 급매물로 싸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 전형적인 매수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라며 “인근에 있는 20곳가량의 공인중개업소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가격하락 및 거래감소를 전망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가 95 미만으로 떨어지면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의 부동산지수의 경우 93.9로 전월 대비 12.6포인트 떨어졌다.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7월(96.5)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지방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전국 미분양주택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6만 가구로, 지방 물량(5만4000가구) 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지역 경기침체와 신규주택 과다 공급으로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고 있다”며 “위험진단 결과 6개월 전과 비교해 경고 지역이 지자체 16곳에서 19곳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 매매 시장의 한파가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기획관리본부 리서치팀장은 “9·13 대책으로 인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올해 큰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과 실수요자조차도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것 같다”며 “3기 신도시 등 최근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발표되면서 집값 하락에 대한 관망 심리가 더 커져서 당분간 거래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이사 철을 맞은 1ㆍ2월 부동산 시장의 매매 및 가격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사 철인데도 매매량이 늘지 않으면 당분간 가격 약세가 지속할 듯하다”며 “스마트폰을 통한 부동산 정보 전달 속도가 빨라지면서 부동산 쏠림 현상이 더 심해져 부동산 시장이 냉탕과 열탕을 더 극단적으로 오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은화ㆍ김민중 기자 onhwa@joon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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