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내 아내는 '단짠단짠(단것을 먹으면 짠 음식을 먹고 싶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내인 김정숙 여사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문 당선인은 "제가 힘들어 보이면 와인 한잔 하자고 하다가도, 호남지역 어르신 말씀을 전하고 그럴 땐 잔소리도 많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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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꿀이 떨어질' 정도로 넘치는 애정을 쏟으면서도 남편에게 약이 되는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1등 조력자라는 게 문 당선인 주변의 설명이다.
1954년 11월 15일 생(生)으로 문 당선인과는 1살 차이인 김 씨는 숙명여자중학교와 숙명여자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음악 재원이다.
그가 문 당선인과 만난 것도 대학 때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법대 선배가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을 닮은 친구가 있다며 소개팅을 권한 것이다.
하지만 김 여사는 당시 문 당선인의 성의 없어 보이는 첫 만남의 차림새에 마음이 상했고, 그 길로 두 사람은 캠퍼스에서 만나면 그냥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에 머물렀다고 한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계기는 이듬해 학내에서 열린 유신반대 시위 현장이었다.
최루탄에 그대로 기절해버린 문 당선인을 발견한 김 여사가 물수건으로 문 당선인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본격적으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김 여사는 유신 독재 반대로 문 당선인이 수감되고, 강제징집돼 특전사에 배치될 때, 고시공부를 할 때도 문 후보의 곁을 지키면서 뒷바라지를 했다.
특히 문 당선인의 특전사 복무 시절 당시 부대원들에게 최고 인기를 끌 만한 통닭이나 떡 대신 새하얀 안개꽃을 손에 가득 들고 나타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배고픈 동료들 앞에서 김 여사의 다소 '엉뚱한' 선물에 문 당선인은 당황했지만, 안개꽃을 여럿으로 나눠 각 내무반에 꽂아줬더니 다들 좋아했다고 문 후보는 회상했다.
그 뒤 음악가를 꿈꾸던 김 여사는 "나를 자유롭게 해줄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문 당선인과의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당선인이 사법시험 합격 후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김 씨도 활동하던 서울시립합창단을 그만두고 내조에 전념한다.
다소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 문 당선인에게 김 씨의 밝고 명랑한 성격은 '보완재'의 역할을 한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문 당선인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주류-비주류 의원들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내홍에 휩싸였을 때 김씨가 최고위원들을 자택으로 초대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샴페인 선물에 손편지까지 써서 건네면서 내조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김 여사 특유의 붙임성이 빛을 발했다고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말했다. '풍찬노숙'을 마다치 않으면서 문 후보의 1등 조력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문 당선인에 대한 '반문(反文) 정서'가 퍼져있던 호남지역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꼭 방문해 바닥 민심을 열심히 훑어 '호남특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9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1박2일로 광주 등 호남지역을 방문했고, 갈 때마다 호텔 대신 허달재 의재미술관장이 운영하는 '춘설헌'에서 묵으며 지역 유권자들을 만났다.
아침이면 춘설헌 근처의 대중목욕탕에 꼭 들러 주민들에게 말을 건네면서 민심을 묻고 '동네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서는 활동반경을 더욱 넓혀 호남뿐 아니라 충청도, 경상도 등지까지 다니며 문 당선인의 발길이 미처 닿지 않는 동네 구석구석에서 한 표를 호소했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남편은 이미 정치인이 됐고, 국민이 책임을 줬다"면서 "이젠 남편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9일 아침에도 투표를 한 뒤 문 당선인과 함께 뒷산에 오르며 조용히 옆을 지켰다.
박근혜 정부 4년간 빈자리였던 대통령 영부인 역할을 김 씨가 어떻게 해낼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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