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흥미진진해지네요.
원래는 엠마누엘 마크롱이라는 젊은 친구(중도경향이나 사회당 출신)와 국민전선(극우파)의 마린 르 펜이 결선에 진출하고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는 비교적 단순한 시나리오였으나 극좌파의 장 뤽 멜랑숑이 급부상하면서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졌습니다. 일단 예선은 4월 27일날 치뤄지고 불과 1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크롱과 마린 르 펜 지지율이 동반하락해서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결과는 마크롱과 마린 르 펜이 거의 호각세로 각각 23%씩 갖고 가고 있네요. 작년에 공화당에서 후보로 선출될 때만 하더라도 마린 르 펜 지지율에 육박하는 인기를 얻었던 피용은 부인과 자녀를 실제로 고용하지 않았음에도 직원명부에 올려서 거의 100만 유로에 달하는 돈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1,2위 대열에서 탈락합니다. 그의 지지자들은 대부분 마크롱에게 흡수된 것 같습니다. 차트상으로 보면 올 초에 피용의 지지율이 25% 정도 되고 마크롱 지지율이 18% 정도였는데 지금은 마크롱 지지율이 23%이고 피용지지율이 18%정도입니다. 가장 최근 지지율조사에서는 19%정도로 조금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할 후보는 멜랑숑 후보인데 이 사람은 2012년 대선에도 나와서 1차 예선에서 11%대 득표를 했죠. 그만큼 인지도도 있었지만 사실상 당선권 유력후보로는 여겨지지 않고 일종의 괴짜 정도로 취급되는 인물이었죠. 올해도 3월 15일까지 대략 12%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5위권이어서 그냥 사그라들줄 알았으나.. 문제는 3월 15일 이후에 지지율이 급상승합니다. 당시 티브이토론에서 멜랑숑이 가장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에 지지율이 수직상승하면서 가장 최근 지지율은 약 19%입니다. 현직 올랑드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인 사회당의 아몽 후보는 2월 초에 16% 정도 지지율을 얻으면서 안정적인 4위권이었으나 멜랑숑이 급부상하면서 그만큼 인기를 깎아먹고 가장 최근 지지율은 8% 정도로 당선권에서 완전히 멀어졌습니다. 심지어 사회당내 유력인사들은 더 이상 아몽을 지지하기보다는 원래 사회당 출신이며 현재 여론조사 결과 가장 당선이 유력한 마크롱에게 줄을 대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죠. 사실 8%면 한국으로 따지면 홍준표 정도의 지지율인데 당선가능성은 완전히 없다고 봐야죠. 아무튼 지금 지지율은 대략 마린 르펜과 마크롱이 23% 피용과 멜랑숑이 19% 정도 지지율이며 대체적인 성향은 마린 르펜: 극우파 마크롱: 중도파 피용: 우파 멜랑숑: 극좌파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마린 르펜은 지금까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 1위를 하고 있으나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 대선의 특성상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없다고 보고 있죠. 왜냐하면 일단 극우파인 마린 르펜이 결선투표에 나가면 다른 모든 후보들이 합심해서 마린 르펜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연합합니다..실제로 마린 르펜의 아버지인 마리 르펜은 2002년에 대통령 결선후보가 되었는데 다른 모든 후보들이 反르펜진영으로 연합하면서 당시 공화당의 자크 시락 후보가 무려 82:18이라는 전례없는 스코어로 대통령에 당선되지ㅛ. 마리 르펜은 예선지지율이 16.86%였으니 표의 확장성은 사실상 전무했던 것이죠. 마린 르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에 비해서 확장성이 좋은 마린 르펜은 결선투표에서 마크롱과 붙었을 경우 최대 약 40% 정도의 득표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마크롱은 당연히 60%의 지지율을 얻을 것이며 이 정도 격차면 사실상 뒤집기는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국민적인 미움을 받고 있는 피용과 르펜이 결선에 붙을 경우 격차는 한결 좁혀집니다. 이 경우 53:47%까지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이 정도면 뒤집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죠. 문제는...지금까지 아무도 예측한 적이 없는 시나리오인데.. 그것은 바로 마린 르펜과 멜랑숑이 결선에서 맞붙는 시나리오죠..^^ 이건 뭐 한국에 결선투표가 있는데 홍준표(또는 유승민)과 심상정이 결선에서 맞붙는 그런 시나리오라는 것이죠.. 만약 홍준표와 심상정이 대선에서 붙는다면 누구를 지지하시겠어요? 지금 프랑스에는 이런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죠. 즉 중도적인 좌우파가 모두 탈락하고 극우파와 극좌파가 맞붙는 상황.. 마린 르펜과 멜랑숑이 맞붙을 가능성은 그동안 전혀 없다고 간주되어서 아무도 생각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두 후보가 결선에 올랐을 때를 상정한 여론조사조차 없습니다. 일단 멜랑숑이 결선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황당한 일로 간주되어서요. 우리로 따지면 허경영과도 꽤나 비슷한 점이 있거든요. 제 생각이지만 이번 대선에 허경영이 출마한다면 나름 꽤 지지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최소한 5% 정도는 득표 가능하다 봅니다..저는) 허경영과 홍준표가 붙는 시나리오라고 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영국 '가디언'은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멜랑숑을 집중조망하고 있죠. 현재 프랑스대선에서 아직 마음을 못 정한 유권자는 대선이 열흘 남은 현재 약 30%로 추산됩니다. 그만큼 유동성이 많은데다 현재로서는 멜랑숑이 가장 상승세가 높아서 멜랑숑이 결선에 오를 가능성이 전에는 사실상 0%였다면 지금은 10%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유권자들은 지금 정치기득권에 마음이 크게 상해있어서 非기득권(대표적으로 르펜과 멜랑숑)에게 마음이 쏠리고 있는 상태죠.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서 멜랑숑의 공약을 제시해보면.. 우선 사회당 출신이었지만 더이상 사회당에 희망이 없다고 보고 탈당해서 정치조직인 FI(Unsubmissive France;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며 1.현재의 사회경제적 불공평을 고치기 위한 급진적인 부의 재분배(가장 대표적으로 연 36만 유로 이상의 소득에 대한 100% 소득세 징수공약) 2.완전 무상 의료보험, 더 강력한 복지국가 3.이민규제완화 4.EU에 대해서 비판적인데 그는 EU는 신자유주의적 기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EU를 고치자는 것이지 EU에서 나가자는 것은 아니죠. 5.NATO에서 탈퇴 6.사실상 원전 철폐 7.주 32시간제로의 복귀와 은퇴연령을 낮출 것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마린 르펜 공약은 오히려 좀 더 현실적으로 보일 정도죠. 마린 르펜은 이미 2012년에 17%의 득표율을 보일 정도로 고정지지율이 있는데 1.이민을 사실상 철폐하자는 주장. 연간 이민자를 1만명까지만 받겠다고 합니다. 여기에 셍겐조약(Eu내의 자유왕래조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함. 여기에 모든 복지는 프랑스인에게만 적용되어야한다고 주장함. 2.보호무역주의. WTO 반대. 이와 연관되어서 국제통화시스템을 polymetalic standard(아마 금은화 기반으로 가자는 생각인 듯)을 주장하는데 단순한 금은화는 아니며 읽어보면 상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주로 경제학자인 모리스 앨리스(Maurice Allais;1988년 노벨상 수상자)의 견해를 추종하고 있다고 하네요. 3.민영화 반대: 프랑스 우체국 민영화에 대한 반대입장. 시골에서 더 많은 우체국이 없어지면서 시골 사람들이 손해본다는 주장. 그리고 민영화를 통해서 소수만이 이익을 본다는 입장. 농업의 경우 EU에서 주장하는 공통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CAP)를 반대하고 독자적인 프랑스 농업정책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며 전반적으로 농촌에 상당히 친화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농민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4.법인세 인상 5.EU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 그리고 유로화에서 벗어나 프랑화로 전환할 것 6.NATO에서 벗어날 것. 다극화주의자이며 드골주의자. 그런 이유로 푸틴이 르펜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말이 극우파일 뿐 사실 좌파(복지정책 확대 등)와도 많이 통하죠. 실제로 르펜이 가장 선전하는 지역은 주로 공산당 지지율이 높았던 북부 산업지역입니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같은 곳이 프랑스에도 널려있는데 그런 곳에서 그녀의 지지율이 가장 높죠. 만약 이 두 사람의 결선매치가 이뤄지면 그야말로 환상의 복식조가 아니겠습니까? 둘 다 nato에서 벗어나야할 것을 주장하니 미국입장에서는 큰일이군요..이를 어찌해야 하나.. 이에 비해서 로스차일드 은행가였던 마크롱의 주장은 극단적인 점이 전혀 없는데..사실상 신자유주의에 가장 가깝습니다. 공무원을 대폭 해고해서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식이죠. Eu도 물론 지지하고요. 가장 유사한 정치인으로는 흔히 빌 클린턴, 토니 블레어, 슈뢰더 등 이른바 '제3의 길'에 가장 가깝습니다. 스스로를 Liberal이라고 부르고 있고 Socialist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Leftist라고 하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스스로는 자유주의자이지만 인간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말하고 있죠. 그러면서 좌우의 대립을 떠나서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맞으며 본인은 진보를 대표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마크롱은 EU를 강력하게 지지해서 europhile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이며 이민정책 역시 확대를 주장하고 있죠. 이 점에서는 메르켈과 상당히 이해관계가 일치하죠. 원자력 찬성론자이며 친환경주의자인데..서로 모순되어 보이지만 프랑스는 원전에 대단한 집착을 가진 나라이죠..이건 사실 에너지자립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죠. 프랑스인들은 자립을 중시여기는데 프랑스는 세계적 식량생산국이지만 석유자원은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마크롱은 24세 연상인 중학교때 선생님과 함께 사는 것으로도 유명하죠..마린 르펜도 두 번 이혼하고 현재 동거중이고..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정말 관대한 게 프랑스인 거 같습니다 좌우간.. 만약에 극좌파 후보와 극우파 후보가 결선에 오른다는..평상시로서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고(지금으로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중도파들이 과연 누구를 지지할 지도 의문입니다..제 생각에는 그래도 극우파를 지지할 사람들이 조금 많을 거 같기는 한데..그만큼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정치경제가 불안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만약 저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경우 프랑스가 갖고 있는 중요성을 보건대 세계경제가 한 번은 요동을 칠 게 분명합니다..주식투자하시는 분들도 프랑스 대선을 상당히 주의깊게 봐야할 것 같군요. |
프랑스 대선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 (0) | 2017.04.20 |
---|---|
'파탄난 대의민주주의' 현장 된 프랑스 대선 (0) | 2017.04.19 |
<<<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공약 줄줄이 폐기하는 트럼프>>> (0) | 2017.04.14 |
미국의 실업률과 고용률 (0) | 2017.04.05 |
<<<대공황 vs 현재, 미국의 유동성 추이 비교 >>> (0) | 2017.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