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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3. 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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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design] 최고의 유산

한경비즈니스|입력2016.03.14. 21:17

 

 

 

이제 우리나라도 저성장기의 초입에 들어선 듯하다. 금수저, 흙수저 논리에 대해 동조하는 젊은이가 점점 늘어나는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그 조짐을 느낄 수 있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언젠가 잘사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이제는 경제의 역동성이 점점 떨어져 변변찮은 배경을 가진 사람이 부유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을 따라잡을 기회가 사라져 가고 있다.

 

해마다 전 세계 부자들의 순위를 발표하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의하면, 2015년 국가별 50대 부자들 가운데 자수성가한 우리나라 부자 비율이 매우 낮다. 한창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이 비율이 98%, 이웃 일본은 74%, 세계 초강대국 미국은 64%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우리보다 사정이 나을 것 같지 않은 인도네시아가 48%, 태국이 40%다. 심지어 카스트라는 신분제도로 인해 계층 상승이 거의 불가능한 인도도 34%나 된다. 그런데 한국은 자수성가형 부자의 비율이 24%로 인도보다 무려 10%포인트나 낮다. 수저 계급론에 대해 반박하기 어려운 수치다.

 

 

일본 ‘노노상속’ 세태의 교훈

 

유산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유·무형의 자산이며 상속은 그 유산을 물려주는 행위다. 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노인의 경험과 자산이 젊은이에게 원활히 전수돼야 바람직하다. 일본처럼 노인인 아버지가 노인이 된 아들에게 상속하는 현상이 일반화되면 사회의 활력은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도 세상 떠날 때 가져갈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유산을 어떻게 남기고 갈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 상속은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나이 들수록 상속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절대로 자식에게 곳간 열쇠를 넘겨줘선 안 된다고 역설한다. 재산을 물려주고 나서 받을 홀대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부양을 전제로 전 재산을 물려줬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재산 반환소송을 낸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오죽하면 ‘불효자방지법’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올까 싶다. 늙어 가는 것만 해도 서러운데 돈이라도 들고 있어야 자녀들이 자주 찾아와 외롭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자녀 스스로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찾아온다면 모르지만 돈 때문에 찾아오게 만든다면 그 노년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많든 적든 재산을 자녀들에게 상속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력을 가진 부모라면 그 재산을 언제 물려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의 ‘노노(老老)상속’ 세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상속도 분명 적절한 시기가 있다. 상속이 너무 일러도 문제지만 너무 늦어도 유산이 생산적으로 쓰이기 쉽지 않다. 물려주는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면 후환이 된다.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는 일생 동안 여러 명의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희생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세태도 잦은 만남과 이별을 부추긴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듯 황혼이혼뿐 아니라 황혼재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65세 이상 남성의 이혼 건수는 2014년 4060건으로 10년 전인 2004년의 1483건에 견줘 2.7배 증가했다.

 

65세 이상 남성의 재혼 건수도 2014년 1394건으로 2004년 2467건에 비해 1.8배 늘었다. 65세 이상 여성의 재혼 증가세는 더 가팔라서 2014년 902건으로 2004년 332건의 2.7배에 이른다. 그런데 맘에 드는 새로운 짝을 만났더라도 장성한 자식이 있다면 마음대로 같이 살기 어렵다.

 

결합에 앞서 재산과 관계를 정리하는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재산 문제에 대한 충분한 합의가 없는 재혼은 갈등의 불씨를 남긴다. 자식도 재산을 상속받을 법적 권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리 재산을 증여하거나 유언장을 작성해서 공증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족 관계에 대한 정리도 반드시 필요하다. 황혼재혼은 자녀들에겐 혈연도 친밀감도 없는 낯선 노인이 등장하는 부담스러운 사건이다. 내 부모를 대신 부양해주거나 적적함을 달래주는 고마운 분으로 여길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행여나 내 부모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남겨질 부모의 반려자를 부양하는 의무 또한 자녀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점에 대해서도 가족들과 재혼 상대자와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사전에 재산 문제와 가족 관계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당사자들이 맘 편히 결합할 수 있다.

 

기대 수준이 현실과 너무 큰 차이가 날 때 원망은 싹튼다. 무엇보다도 부모 재산은 자기들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녀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이 돼서도 부모 재산을 내 것이라고 여기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자식은 부모에게 금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통이다. 상속에 대해 부모의 뜻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좋다. 서로 간에 이러한 교감이 없는 상속은 불미스런 사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부모 또는 형제 간의 소송전은 승자가 없다. 서로 가장 아껴야 할 가족이 해체되는 결과를 빚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물려줄 재산이 없는 편이 낫다. 자녀에게 무엇을 남기고 가야 할지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지철원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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