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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바이러스, 美-동남아 확산 땐 세계경제 치명타

자연환경·국방. 통일

by 21세기 나의조국 2016. 2. 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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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바이러스, 美-동남아 확산 땐 세계경제 치명타

중남미-카리브해 국가들 관광-교역 급랭

한국일보|이영창|입력2016.02.02. 17:21|수정2016.02.02. 23:12

 

 

 

브라질 등 관광객 감소ㆍ소비위축 탓 성장률 후퇴 전망

사스 때 500억불… 미ㆍ동남아 확산시엔 감당 못할 피해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은 얼어붙고 있는 세계경제에 또 한 번 찬물을 붇는 설상가상의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 금융불안,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악재가 세계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상황에서 발생한 대형 전염병은 사람의 이동과 상품의 교역을 위축시키며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도 직간접적 피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남미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는 곳은 20개국을 넘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여행 경고 대상으로 지정한 국가 또는 지역은 카리브해 인근과 남미의 23개국이다.

 

이 중 지카 바이러스로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언한 브라질의 피해가 가장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8%를 기록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본다.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리우올림픽ㆍ8월5~21일)을 기점으로 침체된 나라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려 했던 브라질 정부의 노력은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카 바이러스 발발 직전까지만 해도 헤알화 평가절하로 물가가 낮아지면서 해외 관광객 유입의 기대감이 높은 터였다. 브라질의 관광산업 규모는 세계 9위이고 관광분야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에 달한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카리브해 연안 국가 역시 관광산업 위축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다. 201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한 홍콩에서는 관광객이 2개월간 68% 줄었고,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유행한 한국에서는 같은 기간 감소폭이 54%에 달했다.

 

피해는 여행ㆍ관광업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화하는 경우 ‘소비심리 위축 →소비 감소 →생산ㆍ투자 감소 →고용 감소 →소비 악화’ 등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질병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바이오 이코노믹 리서치 어소시에이츠의 추정에 따르면 2002~2003년 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약 500억달러, 우리 돈으로 60조원에 달했다.

 

현재 수준만으로도 지카 바이러스의 경제적 영향력은 확실히 에볼라보다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에볼라는 치사율(39.5%)이 높지만 발병지가 주로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인데 반해, 지카 바이러스는 이보다 경제규모가 큰 남미의 신흥국에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발병 사례가 나오면서 동남아 국가들 역시 바짝 얼어붙은 상태. 최악의 경우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미국으로까지 전파될 경우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 피해는 국경을 넘어 급속히 전염될 수 있다. 지카 바이러스 유행이 장기화해 중남미 경제가 피해를 입으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도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 상대 수출액은 306억달러(36조9,495억원)이고 수입액은 160억달러(1조3,200억원)이다.

 

중남미 경제의 위축이 다른 지역 국가들의 동반 침체를 부르는데 따른 우회적인 충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남미 교역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 오는 경우 그 여파가 훨씬 커질 수 있다”며 “질병이 미치는 영향이나 추가적 효과에 대한 선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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