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디스코바지·체크셔츠·항공점퍼 .. 80년대 추억을 입다

문화·패선·취미·노후

by 21세기 나의조국 2015. 12. 2. 11:18

본문

디스코바지·체크셔츠·항공점퍼 .. 80년대 추억을 입다

복고풍 패션 바람

중앙일보|박현영|입력2015.11.27 00:02|수정2015.11.27 09:00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인공들. 여주인공 덕선이 입은 청재킷과 언니 보라의 체크 코트는 당시 대표적인 아우터였다. 소년 바둑기사 택의 체크무늬 셔츠와 후드 재킷, 동룡의 목 둘레만 있는 ‘공갈티’도 추억의 아이템. 디스코풍 청바지와 야구 점퍼, 더플백은 대표적인 80년대 패션이다.(왼쪽부터)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인공들. 여주인공 덕선이 입은 청재킷과 언니 보라의 체크 코트는 당시 대표적인 아우터였다. 소년 바둑기사 택의 체크무늬 셔츠와 후드 재킷, 동룡의 목 둘레만 있는 ‘공갈티’도 추억의 아이템. 디스코풍 청바지와 야구 점퍼, 더플백은 대표적인 80년대 패션이다.(왼쪽부터)
① 빈폴은 복고라인을 출시했다. 페이크 목폴라와 스웨트셔츠 ② 80~90년대에 많이 입었던 더플코트. 유니클로 ③ 항공재킷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더 바머 파카’. 시리즈
① 빈폴은 복고라인을 출시했다. 페이크 목폴라와 스웨트셔츠 ② 80~90년대에 많이 입었던 더플코트. 유니클로 ③ 항공재킷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더 바머 파카’. 시리즈
80년대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인 삼선 스트라이프 운동화 아디다스 ‘슈퍼스타’. 올해 ‘80s 빈티지 디럭스’ 모델을 재출시했다.
80년대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인 삼선 스트라이프 운동화 아디다스 ‘슈퍼스타’. 올해 ‘80s 빈티지 디럭스’ 모델을 재출시했다.
청재킷과 청바지를 매치하는 ‘청청’ 패션, 영문 로고가 찍힌 티셔츠와 디스코바지.
청재킷과 청바지를 매치하는 ‘청청’ 패션, 영문 로고가 찍힌 티셔츠와 디스코바지.

 

1980년대가 돌아왔다. 80년대를 무대로 한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끌고,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개봉 30주년을 맞아 재개봉하는 등 대중문화에서 80년대 붐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에도 복고 바람이 분다. 세대를 뛰어넘는 빈티지 패션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80년대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류와 소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80년대를 겪어보지 않은 10~20대에는 신선한 재미를, 30~40대에는 추억을 되살려주는 패션이다. 추억의 80년대 패션으로 들어가보자.

 

얼마 전까지 대중문화와 패션 트렌드는 90년대가 대세였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년)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년), ‘응답하라 1994’(2013년)는 90년대를 추억하게 했다. 올해 초만 해도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를 통해 90년대 가요가 화제가 됐다.

 

런웨이와 스트리트 패션도 마찬가지였다. 교복패션으로도 일컬어지는 프레피룩과 통이 넓은 바지 등 90년대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가 올가을 패션 시계는 과거로 1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갔다. 대중 문화의 중심이 80년대로 이동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장 인물들의 복고 패션이 주목 받으면서 패션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화려했던 80년대 패션


80년대는 스포츠와 대중 문화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던 시기였다. 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고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잇따라 열렸다. 컬러 TV가 보급되면서 화려한 무대와 스타의 패션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고도의 경제 성장으로 소비가 늘었고, 영화 ‘E.T’ ‘더티댄싱’과 TV 시리즈 ‘맥가이버’ ‘브이’ 등이 히트하면서 해외 문화에 대한 관심도 증폭하던 시기였다. 교복 자유화로 젊은층의 옷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패션도 한층 화려해졌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고교생들이 자주 입는 옷으로 야구 점퍼와 후드티를 꼽을 수 있다. 여주인공 혜리는 배꼽까지 올라오는 청바지에 얇은 야구 점퍼를 입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목과 손목 부분의 파란색 줄무늬가 경쾌한 스타일이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동룡은 늘 노란색과 파란색이 섞인 야구 점퍼 차림이다. 동룡이 자주 입는, 목 부분만 있는 ‘공갈티’도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모자가 달린 후드티도 80년대의 아이콘이다. 혜리와 주인집 친구 정환, 소년 바둑기사 택 등 대부분의 출연자는 후드티를 여러 차례 입고 나왔다. 허리선이 배꼽 위로 올라오는 일명 ‘배바지’ 트렌드도 눈에 띈다. 허리와 엉덩이 부분은 풍성하고 발목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디스코 바지도 당시 유행했다. 스웨트 셔츠와 더플백, 나이키 운동화도 추억을 되살리는 스타일이다.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스타일로는 ‘청청’패션을 들 수 있다. 데님 셔츠나 데님 재킷 같은 상의에 청바지를 매치하는 패션이다. 수학여행을 가는 에피소드에서는 여기저기서 청청 패션을 볼 수 있었다. 90년대 들어 청청 패션은 촌스럽게 여겨져 사라졌는데, 최근 복고 열풍을 타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왜 80년대인가

 

“그 어느 때보다 소비 지향적이었던 80년대 콘텐트는 장기불황에 지친 현대 소비자들에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통해 위로를 준다.” (삼성패션연구소 오수민 수석연구원)

 

80년대는 경제적인 풍요와 대중문화의 폭발에 기반을 둔, 풍요로운 패션이 떠오른 시기였다. 이상아·이미연·최수지 같은하이틴 스타와 브룩 실즈,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 같은 해외 스타들에 대한 거대한 팬덤이 교복 자율화와 맞물리면서 젊은층의 패션이 다양해졌다. 아시안게임, 88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나이키·리복·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고속 성장하는 경제 덕분에 패션이 다채로워졌다.

 

지금 상황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돌아서면서 예전과 같은 흥을 느끼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30~40대들에게 80년대의 추억을 짚어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차원에서 80년대가 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캐주얼 브랜드 ‘빈폴’ 김수정 디자인실장은 “80년대는 서울올림픽을 비롯해 여러 가지 영감이 많았던 때였다. ‘지금의 30~40대가 젊었을 때, 가장 즐거웠던 때를 추억해보면 80년대 중후반쯤이 아닐까’라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다 보니 80년대 트렌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30~40대 소비자를 소비가 가장 왕성한 계층으로 본다. 김 실장은 “80년대의 재조명이 30~40대를 겨냥한 트렌드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10~20대에서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있다”고 말했다. 올봄부터 다시 유행을 타고 있는 아디다스의 ‘오리지널 슈퍼스타’ 운동화의 경우 구매자 가운데 상당수가 20대 소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80년대 복고풍, 현대로 들어오다

 

올가을 패션업계는 80년대 스타일에 주목했다. 빈폴은 80년대 패션계를 대표했던 상품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복고 라인’을 출시했다. 대표적인 아이템은 더플 코트다. 더플 코트는 모자가 달린 코트로, 단추 대신 ‘토글(toggle)’이라고 불리는 작은 통나무 모양의 단추를 끈 고리에 걸어 여미는 것이 특징이다.

 

막대 모양의 단추 장식이 떡볶이를 닮았다고 해서 ‘떡볶이 코트’로도 불린다. 80년대 유행하던 이 코트는 복고 열풍을 타고 빈폴·에잇세컨즈·유니클로 같은 캐주얼 브랜드에서 새롭게 출시했다. 빈폴 김 실장은 “예전의 더플 코트는 어깨가 아플 정도로 옷이 무거웠다면 요즘 나오는 코트는 얇은 양모를 이중으로 짜고 방수 기능도 더했지만 무게는 절반으로 줄이고 기능은 높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남성 점퍼의 대명사인 ‘항공 점퍼’도 올가을 핫 아이템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들이 입어 ‘바머 재킷(bomber jacket)’으로도 불리는 이 점퍼는 영화 ‘탑건’(1987년)에서 조종사 역할을 맡은 톰 크루즈가 입고 나와 젊은층에 선풍적 지지를 받았었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리즈’는 80년대 느낌의 빈티지한 감성을 담은 ‘더 바머 파카’를 내놓았다. 허리까지 오는 짧은 길이에 퀼팅 처리된 오리털 충전재를 사용해 보온성을 높였다. 시리즈를 총괄하는 한경애 코오롱 FnC 상무는 “복고 열풍과 스트리트 패션 유행으로 남성복과 여성복, 스포츠웨어를 아우르는 모든 브랜드에서 항공 점퍼 스타일의 아우터를 주력 아이템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여성복 브랜드 럭키슈에뜨도 여성용 바머 재킷을 내놓았다. 코오롱스포츠는 야구 점퍼로도 불리는 스타디움 점퍼에 구스 다운 충전재를 넣어 한겨울에도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스트리트 웨어의 대표 상품격인 스웨트 셔츠도 다양해졌다. 빈폴은 80년대 추억의 소품인 카세트 테이프, 조이 스틱, 비디오 게임기, LP판 같은 모티브를 자수나 프린트 기법으로 스웨트셔츠에 새겨넣었다. 청청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데님 재킷과 팬츠, 공갈티로 불린 가짜 목폴라 같은 소품도 새로 선보였다. 발목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치노 팬츠와 ‘츄리닝 패션’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조거 팬츠’, 80년대를 풍미했던 체크 셔츠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복고풍으로 입을 때는

복고 스타일로 입을 때는 ‘과유불급’이란 말을 명심하는 게 좋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리즈의 박기수 디자인실장은 “복고 스타일을 연출한다고 해서 상의와 하의, 신발, 가방 등 소품까지 전부 복고풍으로 선택하면 그야말로 80년대 스타일이 되기 쉽다”면서 “전체적인 스타일에서 하나의 아이템만을 복고 스타일로 선택하라”고 제안했다.

 

항공 점퍼나 야구 재킷, 하이웨이스트 팬츠, 체크 패턴이 들어간 셔츠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 뒤 나머지는 요즘 스타일 의상으로 꾸미라는 것이다. 항공 점퍼에는 배바지를 입을 게 아니라 와이드 팬츠를 입는 식이다. 청청 패션은 특히 난이도가 높다. 청청 패션을 시도해보고 싶으면 채도가 다른 데님을 겹쳐 입는 ‘톤 온 톤’보다는 다른 계열의 컬러로 매치하는 것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 80년대 용어인 청청 패션은 2015년에는 ‘더블 데님’이라고도 부른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tvN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