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은 어쩌다 '백상의 남자'가 됐나[윤가이의 ☆볼일]
출처 뉴스엔|입력 2015.05.27. 17:12
[뉴스엔 윤가이 기자]
누군가는 그가 수십억 원을 베팅하는 tvN의 제안을 수락하고 돈을 쫓아 KBS를 나온 거라 수군대기도 했다. 또 어디서는 '1박2일'에서나 잘 나갔지 케이블 채널로 옮겨 가면 제 아무리 나영석이라도 별 수 있겠냐는 비아냥거림도 했다.
하지만 tvN 이적 3년 만에 나영석은 제5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우뚝 섰다. 돈에 눈이 멀고 실력도 시시했다면 과연 이뤄낼 수 있는 성과였을까. 나영석 PD는 백상예술대상 사상, 또 예능계 전례 없는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실상 대중은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악전고투했고 방황했는지 같은 문제에 대해선 관심들이 없다. 그저 시청자의 입장에서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을 즐기고 소비할 뿐이다. 그가 내놓는 '삼시세끼'나 '꽃보다' 시리즈 같은 것들을 보며 금요일 저녁 한바탕 웃고 위로받으면 그만이다. 사실 그거면 된다. 나영석 PD가 바라는 것 역시 그저 많은 시청자들이 '삼시세끼'를 봐주고 즐겨주고 얘기해주는 것. 그뿐이다.
하지만 그가 '백상의 남자'가 된 마당에 그 위치까지 오른 배경을 한번쯤 안 짚고 넘어갈 순 없겠다. '1박2일'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툭하면 방송에 얼굴을 들이밀고 출연자보다도 더 많은 기사 속 주인공이 되니 혹자들은 그를 두고 스타병 환자 취급도 했더랬다. PD가 뭐 저렇게 안 나서는 데가 없느냐며 눈을 흘기던 사람들도 지금은 인식이 다소 달라진 느낌.
나영석 PD가 이서진과 끊임없이 투덕대고 가끔은 술먹고 얼굴이 벌개져 이서진을 놀리는 모습이 나오는 건 이제 나영석표 예능의 정체성이나 다름없게 됐다. 나영석표 자막과 또 흘러가는 BGM(배경음악)이 없다면 나영석 예능의 맛이 살지 않는다는 의견들처럼 그의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에 어느덧 많은 시청자들이 익숙해지고 말았다.
전날 대상 수상소감에서 스스로 밝혔듯 그 모든 연출과 장치, 편집들이 오롯이 나영석 한 사람의 힘으로만 이뤄진 건 아니지만 후배와 동료들이 제 기량을 다 펼칠 수 있도록 리드하고 조력하는 건 나영석 PD의 가장 큰 임무다. 그래서 나영석 PD는 후배들 대신 직접 섭외를 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무수한 언론 인터뷰에 일일이 응하면서 제작진으로서 200%의 역량을 발휘한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가 제몫을 해주지 않았다면 '삼시세끼'건 '꽃보다 할배'건 이렇게까지 '빵' 뜰 수 있었을까. 모를 일이다.
일각의 오해처럼 높은 몸값에 홀리고 유명세에 취해 살고 있다면 그의 일상은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적어도 '1박2일' 시절부터 수년간 취재하며 지켜본 나영석은 단 하루도 제대로 쉬는 날이 없이 프로그램을 위해 헌신했다.
이러한 나영석 PD의 대상 수상이 유독 값진 건 그가 예능이란 콘텐츠로서 평가받았다는 점이다. TV에선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폄하되고 홀대 받는 게 예능이다. 지상파는 물론 대개의 채널들이 드라마 제작비엔 회당 수억씩 들어가는 투자를 마다치 않으면서도 예능 제작비엔 인색하고 제작 환경에 무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사실상 대중의 인식 속에도 녹아있다. 코미디언을 영화배우나 드라마 연기자보다 경시하는 풍조가, 영화나 드라마보다 예능 프로그램을 무시하는 경향이 알게 모르게 만연한 우리 현실.
그러나 나영석 PD는 누군가는 가볍게 여기는 그 예능 콘텐츠로 콧대 높은 드라마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1박2일' 시절, 최고 시청률 40%를 뽑아내고 지금은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삼시세끼'로 동시간대 지상파를 긴장케 하는 시청률을 견인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TV콘텐츠들을 압도하는 대표작, 대표 연출자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오해도 설움도, 결국 열정과 진심을 이기진 못한다는 걸 나영석 PD가 몸소 입증하고 있다.(사진=아래, tvN 공식 포스터)
윤가이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