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여 나가는 해변.. 동해안 15곳 심각
온난화 영향 해수면 상승 모래 무분별 채취 등 원인… 전국 94곳이 침식 우려 지역
국민일보|세종|입력2015.05.12. 03:01
강한 파도에 해변이 깎여나가는 현상인 '연안 침식'으로 인해 국내 연안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동해안은 정부가 모니터링을 실시한 88곳 중 59곳(67%)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의 침식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연안정비 사업을 위해 예산 99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연안 2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안 침식 모니터링' 결과 침식 우려 지역은 94곳(37.6%)으로 집계됐다. 이미 침식이 심각하게 진행된 곳은 15곳(6%)이었다. 10곳 중 4곳은 더 이상 침식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특히 동해안은 이미 침식이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돼 있는 상태다. 침식 심각지역 15곳은 전부 동해안에서 나타났다.
침식 우려·심각 지역의 비율을 의미하는 침식우심률은 43.6%로 최근 5년 새 가장 낮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는 큰 태풍이 닥치지 않아서 일시적으로 침식우심률이 낮아진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연안침식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금음리 지역 연안은 '2012년 보통(B등급)→2013년 우려(C등급)→지난해 심각(D등급)'으로 매년 침식이 심해졌고, 강원도 원평해수욕장과 월천해수욕장은 모니터링을 시작한 2011년 이후 4년째 '심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안 침식이 발생하는 원인은 일단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잦은 해일·태풍 등 자연적인 요인이 크다. 바닷모래를 무분별하게 채취하거나 해안돌출시설, 해안도로, 댐·보 등 인위적인 시설물이 세워지면서 연안 침식도 가속화됐다. 연안 침식이 심해지면 주민들의 주거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동해안엔 연안 쪽에 민가가 있는데 한번 침식이 되면 그 부분으로 계속 파고 들어간다"며 "해변 바깥에 있는 해안도로까지 파손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연안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제1차 연안정비기본계획을 통해 2000∼2009년 631개의 연안정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완료된 사업은 281개 사업에 불과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아직 연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의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침식 심각지역인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 모래 4만㎡를 채우고, 파도의 세기를 줄여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잠제' 5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강릉 정동진해수욕장에는 잠제 4개를 설치해 침식을 방지하기로 했다.
세종=이용상 기자sotong203@kmib.co.kr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