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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한국인 부인에게 25억원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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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5. 1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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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한국인 부인에게 25억원을 드립니다”

레이디경향 | 입력 2011.05.12 10:33 |

 

 

 

ㆍ80세 호주 부호의 공개 구혼 후일담

현금 10억원과 집 한 채(시가 15억원 상당)를 내걸고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공개 구혼한 80세 호주 사업가가 화제다. 바라는 배우자 조건은 '나이, 학력 제한은 없고 여성스러운 외모에 간단한 영어회화 실력 겸비' 정도였다. 공개 구혼 소식이 전해지자 수많은 여성이 지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천여 명을 넘기며 성황리에 모집을 마감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유비스클럽'의 김민서 이사를 만나 공개 구혼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사상 초유 공개 구혼 프로젝트, 어떻게 시작됐나


사업가로 알려진 호주인 A씨(80). 구체적으로 업종을 밝힐 수는 없으나 한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개발을 한 사람이며 포털 사이트에 간단한 검색만으로 사진이 뜰 정도로 알려진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사업상 한국 업체와의 교류가 활발해 한 달에 한두 번씩은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부인과는 사별하고 홀로 지내고 있다.

 

유비스클럽 김민서 이사에게 결혼 컨설팅 의뢰를 한 주인공은 A씨의 한국인 사업 파트너라고 한다. 사업차 자주 오가는 한국에 매력을 느낀 A씨가 한국 여성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으나, 평범한 한국 여성과의 만남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고. 그래서 사업 파트너를 통해 국내 결혼 정보 회사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처음 의뢰를 받고 자신이 없었어요. 영어회화가 되고 외모와 학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한국 여성분을 80세 외국 남성에게 소개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죠. 사실 회사 방침으로 보자면 '가입불가 대상자'였어요."

처음부터 공개 구혼을 하려 했던 건 아니다. 먼저 회사에 가입된 여성 회원 중 적합한 사람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매칭이 쉽지 않았다. 외국인에다 나이가 80세인 A씨를 만나려고 나서는 여성 회원들을 찾을 수 없었던 것.

"고민 끝에 친분이 있는 기자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자리에서 '공개 구혼'이란 걸 생각해냈어요. 그러면서 언론에 화제가 됐던 '25억원 조건'이 부각되게 됐죠. 사실 '80세 호주인 사업가'라고 하면 '신사동 김 사장'과 다를 바가 뭐가 있겠어요? '조건'도 결혼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잖아요. 물론 A씨의 재력을 검증하기 위해 밝힌 대목이기도 하고요."

공개 구혼 기사가 나간 후, 대중의 관심은 25억원이란 액수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뜻하지 않은 비난도 많이 받았다.

담당자가 직접 본 A씨의 느낌은…


직업상 다양한 사람과 접해야 하는 상담 매니저인 김 이사는 A씨와 만나 느낀 인상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일단 그분의 외모는 유명 치킨 프렌차이즈의 마스코트 할아버지 있죠? 그분처럼 인자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경제력이 있다고 해서 많은 여성을 만나길 원하는 코드는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미모에 젊은 여성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요. 여행도 다니고 말동무도 하며 평생을 함께할 벗을 찾고 계셨어요."

그렇다면 유독 한국 여성을 원했던 이유는 뭘까? A씨는 한국인 사업 파트너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한국 사람을 선호하게 됐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 계기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분이 한국인들과 사업을 해오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좋은 분들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여성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겠죠. 아마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셨다면 그쪽 여성분이 좋았을 수도 있겠죠."

김 이사는 A씨는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결혼 정보 회사에 구혼을 의뢰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결혼을 할 때도 법적인 것을 명백히 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생활 속에 늘 변호사가 있고요. 25억원의 재산을 물려준다는 이야기는 그런 관점에서 나온 겁니다. '내가 앞으로 결혼할 사람에게 최소한 이런 부분을 해주고 이를 공증해줄 수 있다', 그런 사실이 강조되다 보니 자극적인 내용이 되고 말았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김 이사 역시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본의 아니게 언론에 이슈화가 되면서 A씨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중간에 연결시켜주신 한국분께서 제게 화를 내기도 하셨어요. 그렇지만 공개 구혼이 아니면 저도 도와드릴 수 없다고 이야기했죠. 과정에서 왜곡될 수는 있지만 전 꼭 '숨은 진주'를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밀어붙였어요."

공개 모집을 한 후, 순식간에 2천여 명의 지원 여성이 몰렸고 모집은 바로 마감됐다.





어떤 여성들이 지원했나?

지원 여성들의 연령을 보면 40대가 40% 정도로 가장 많았다. "20대 분들은 10% 정도입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가볍게 지원하신 분들이 많고요. 30대가 30%, 50대가 20%를 차지해요. 그 중 40대 분들이 가장 적극적이셨어요."

황당한 경우도 많았다. '저 굉장히 착한 사람이에요'라며 자신의 인품을 강조한 사람도 많았고 '영어는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도 쇄도했다.

"제가 볼 때는 1천5백 명 정도는 해당사항이 없는 분들이셨어요.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들도 아주 많았고요. 특히 한국 남성으로부터 상처받은 분들이 많았어요."

선별 기준은 간단했다. 무엇보다 인품을 우선으로 봤다. "큰 빚이 있으면 안 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사실 전화 한 통화만 해도 상대의 인성이 드러나게 마련이잖아요. 따뜻하고 너그러운 분, 남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성품을 갖고 계신 분 위주로 찾았습니다."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전화 통화 심사를 거쳐 최종 10명을 선별했다. 대부분 40, 50대의 여성들이었다. 김민서 이사는 이번 공고를 통해 좋은 분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흡족해했다. 최종 선발된 10명은 업체 내부에서 정한 우선순위를 통해 차례로 A씨와 맞선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최종 선발된 10명은 어떤 여성들인가?

김민서 이사가 꼽는 가장 인상 깊은 지원자는 50대 중반의 재혼 여성이었다. A씨가 만날 첫 번째 후보이기도 하다.

"이분은 저를 보자마자 '전 25억원 필요 없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본인도 집 두 채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분이셨죠. 공고를 보시고는 한달음에 새벽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실 정도로 적극적이세요. '전, A씨의 마음을 알아요'라고 하시면서 A씨가 원하는 걸 고스란히 이야기하시는 모습에 제 마음이 움직였을 정도예요."

최종 선발된 10명이 모두 A씨를 만나지는 않는다. 우선순위에 따라 맞선을 치르다가 A씨가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는 순간, 이후 예정은 모두 중지된다. 10명 중에는 모든 조건이 완벽한 소위 골드미스도 있다.

"40대 초반이신데 외모, 학력, 집안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분이에요. 결혼 정보 회사에 가입하셨다면 1등급 회원일 겁니다. 그러나 가부장적인 한국 남성과 교제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던 모양이에요. 외국인 남성이라면 보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을 것 같아서 응모하셨다고 해요.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면 기꺼이 만나보고 싶다고요."

배우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 25억원이라는 돈은 큰 액수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돈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이 많지만, 김 이사는 "자신도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여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응모한 지원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40대 여성들은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여성의 매력을 점점 잃어가는 나이이기도 하고요. 비록 나이는 많지만 젠틀한 외국 신사에게는 자신도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여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이 같은 지원 열기를 놓고 보면 그런 측면도 간과할 수 없겠죠."

김민서 이사는 A씨와 한국 여성 간에 좋은 만남이 이뤄진다면 이 커플의 소식을 공개적으로 꾸준히 전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천륜이란 말처럼 연을 이어주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호주인 A씨와 한국인 여성의 만남이 진실된 인연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제공 / 안진형(프리랜서), 유비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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