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을 선도하던 중공업 업체인 abb를 1990년대 후반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그 이전에 이 회사는 수천만 달러 규모의 기자재 수주전에서 연전연승하면서 가파른 성장을 이루어왔다. 하지만 수차례 인수합병으로 회사의 규모를 급격히 키운 이후 갑자기 수주 성공률이 낮아졌다. 문제의 원인은 이랬다.
이 회사 내의 각 부문들은 각자의 수익률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수주 가격을 설정할 때 어느 한 부서도 전사적 관점에서 자신의 목표를 수정하거나 양보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수주 목표물과 가격을 정하고 돌아서면 부서 간 이해관계 충돌로 한 발자국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어떤 조직에서건 이런 문제는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년간의 고객 조사 결과 판매·마케팅 부서가 선보인 새로운 서비스가 it부서의 반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가 그런 사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실질적인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 감정적인 문제이다. 마케팅 부서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이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도입해야 하는 it 시스템 비용은 이 서비스를 통한 예상 수익보다 훨씬 더 컸다.
마케팅 부서가 의사 결정 이전에 it 부서와 사전 협의(pre-wire) 과정을 거쳤다면 다른 의사 결정을 내렸거나 it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it부서가 비용절감 방안을 찾는 대신 무조건 반대해 새 프로젝트를 좌초시킨 것은 마케팅 부서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마케팅 부서가 늘 it 부서를 따돌리고 의사 결정을 해온 데 대한 심리적·감정적인 대응이다.
얼핏 가장 합리적이어야 하는 조직에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조직 간 알력으로 인해 실행 이전 단계에서 사업이 좌초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요 의사 결정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관련 부서로 이루어진 협의체의 논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500억원 이상 투자가 필요한 신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반드시 재무·판매·마케팅·it 부서의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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