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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적 초토화전략을 사용해보시라.

● 박종훈의 경제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2. 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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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적 초토화전략을 사용해보시라.  []  전략

 


집요함. 온라인 결제 대행업체인 이니시스가 성장하고 10년 넘게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2년 전, 한 달에 한 번씩 간부들이 오전 9시부터 호텔 방 하나에 모여 ‘집중적 초토화 전략’이란 걸 토론했다.

 

뭔가 나올 때까지 못 나갔다”는 전수용 대표의 말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여기서 사업 방향이 결정되고, 신규 아이템이 정해졌다.

이니시스가 전자지급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1998년이다. 한국에서 인터넷이 막 싹트기 시작할 무렵이니 이 분야에선 원조다. 당시 온라인 상거래는 씨앗을 뿌리던 수준으로 대부분 개념만 알고 있는 정도였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입하던 당시의 얼리어답터들은 신용카드 결제대금이 ‘이니시스’로 청구되자 “사기를 당했다”며 신고하기 일쑤였다. 전 대표는 “사업 초기 검찰이 버스째 와서 회사를 죄다 뒤지기도 했다”며 웃었다.

전자지급 서비스는 2000년대 초 날개를 달았다. 전자상거래 관련 법안이 정비되고, 소비자들의 인식이 퍼지면서다. 그 무렵 it 거품이 일어났다. 이니시스는 잠시 곁눈질을 한다. 오픈마켓 사업에 뛰어든 거다. 170억원을 들여 ‘온 켓(onket)’이란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의 역량은 이쪽으로 쏠렸다. 자연스레 전자지급 서비스에 대한 혁신은 위축됐다.

 

그러나 온 켓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해 뛰어들었던 대기업들도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았다. 곧 ‘레드마켓’이 된 거다. 이니시스도 위기를 맞았고, 결국 사업을 접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가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전 대표다. 긴급 처방이 필요했다. 영업 일선에서 임원들이 직접 뛰어야 했다. 전 대표는 “가맹사들과 관계를 갖고 있던 직원들이 퇴사를 하면 그 인맥도 없어지는 셈이었다”며 “임원들이 직접 뛰어 얼굴을 익히며 영업망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곧 다시 1위 자리를 굳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기는 또 찾아왔다. ‘소비자→이니시스→카드사→쇼핑몰’로 이어지는 사업 과정은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보안 기술이 중요하고, 사기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7년 초, 에어컨 등 여름 전자제품을 싸게 판다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독도는 우리 땅’ 등의 대형 문구를 대학가에 내거는 티저 광고로 인지도를 넓힌 이 사이트는 30억원을 끌어 모았다.

배송 예정일이던 6월 5일, 사이트는 닫혔고 사업주는 튀었다. 사기였다. 이 업체의 카드 결제 대행을 이니시스에서 했다. 이때 돈을 전액 배상한 곳이 이니시스였다. 끝까지 추적해서 10억원을 찾았지만, 20억원은 순손실 처리됐다.

 

전 대표는 “그 사건 이후 예약 판매 업종과는 계약을 하지 않는다”며 “비싼 수업료를 냈지만, 고객들의 신뢰는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요함과 정면대응 방침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여전히 중소기업이지만, 10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이니시스의 경우라면 ‘안정 단계’란 말을 써도 되지 않을까.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새 사업을 염두에 두고, 바뀌는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해가야 한다는 거다.

 

pc가 없어지고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등 변화는 눈에 보이는 현실이다. 이니시스는 ‘차세대 먹을거리’를 찾으러 12명의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이들은 ▶편리성 ▶차별성 ▶감성 세 가지 모티브를 새기며 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 대표는 ‘마중물’에 빗대어 자신의 역할을 규정했다. “개인적인 철학이자 회사의 철학이다. 대표로 취임한 처음엔 ‘내가 전지전능한 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한테는 그런 통찰력이 없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눈을 돌렸다. 180명 직원은 모두 잠재력이 있다. 이를 끌어내 사업에 쏟아놓을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주는 게 내 역할이다. 그렇게 되면 1000명 이상의 파워가 나올 수 있다. 기업의 수명은 10년을 넘기기 어렵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는 60년 넘었다. 우리도 못할 게 없다.”



특별 취재팀=김준현 차장, 최현철·하현옥·한애란·권호·김경진·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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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으면 이긴다. 다만 핵심영역에서 물고늘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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