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자들] 같은 부자라도 곳간 인심 다르더라
‘흥부형 부자’와 ‘놀부형 부자’이코노믹리뷰 | 전희진 | 입력 2011.01.24 14:52 | 수정 2011.01.24 16:36
부의 가치 실현 방법에 현격한 차이… 나눔과 욕심 엇갈리는 삶의 자취
"여러분, 부자 되세요" 몇 년 전, 유행어가 될 정도로 '부자 바람'을 일으킨 모 신용카드사의 광고카피다. 지금은 새해 인사나 덕담, 기념일 축하 멘트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 돼버렸다.
대한민국은 언제부턴가 '부자 되기 열풍'에 휩싸였다. '10억 만들기' '부자 아빠 되기' 등 부자가 되는 비결을 담은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경제 서적을 탐독하는 데 열심이다. 곳곳에 열리는 부자 재테크 강좌마다 늘 만원사례다.
지난해는 부자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 줄을 이었다. 12대에 걸쳐 부를 이어 온 경주 최부잣집을 다룬 < 명가 > , 조선 여성 CEO(최고경영자)의 선구자격인 김만덕의 일생을 그린 < 거상 김만덕 > ,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재벌 2세들을 소재로 한 < 부자의 탄생 > 까지.
드라마 속 주인공을 통해 보이는 부자상은 하나같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을 롤 모델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자가 된 이후부터다. '어떤 부자가 될 것인가' '부를 가치 있게 쓰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할 중요한 명제로 떠올랐다.
선진국 부자들 기부문화는 생활
부자(富者)의 사전적 의미는 '재물이 많아 살림살이가 넉넉한 사람'이다. 하지만 부는 사회에서 축적한 산물이므로 사회 공동체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논리가 깔린다.
내가 만든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다. 부자는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데만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로서 선행과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최근 부자들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강조한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가 더욱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도덕과 책임은 물론 기부나 후원, 봉사, 세금 등 나눔의 덕목까지 모두 포함된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 부자들은 나눔의 의무를 특권이자 책임인 동시에 행복으로 여긴다. 돈에 대한 가치와 기부문화가 건전하게 뿌리내린 결과다.
한국 부자들의 인식은 이에 훨씬 못 미치지만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점점 나아지는 듯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2009년 기업·기업재단의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09년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비용이 2조6517억 원으로 전년보다 22.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사회공헌비 지출을 늘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사회공헌 관련 전담부서 설치 비율이 90.4%, 예산제도 도입 비율이 89.9%, 경영 방침의 명문화 비율이 80.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돼 사회공헌 활동의 내용도 체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지역사회를 진심으로 돌보려는 마음과 책임을 다하려는 진심어린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한동철 부자학연구학회 교수는 "진짜 부자는 돈으로만 기부하는 게 아니라 정신으로 베풀어야 한다"며 "내가 가진 것을 주더라도 생색을 내지 말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부자란, 베푸는 마음이 부자여야 한다는 얘기다.
기부와 자선 실천하는 흥부형 부자
탈세·편법, 사리사욕 놀부형 부자
부자들 탈세는 용납못할 사회악
'이 세상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다시 말해, 죽음과 세금만큼은 간절히 회피하고 싶다는 뜻이다. 탈세와 체납은 부자들에게 달콤한 유혹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탈세하는 것은 한마디로 범죄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종합국감에서 탈세 방지를 위해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금 내는 것을 피하지 말고 정당하게 돈을 많이 벌고 세금도 많이 내자. 그것이 애국하는 길이고 기업인·부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0년 억만장자 순위'에서 세계 최고 부자로 선정된 워렌 버핏이 부시 행정부가 실시하려던 기업의 법인세와 상속세 감세를 반대하며 한 말이다. 세금을 잘 내는 것만으로도 나눔의 반은 벌써 실천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부자들이 부담했던 공공봉사 의무 '레이투르기아'(Leitourgia)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전희진 기자 hsmile@asiae.co.kr < ⓒ아시아경제신문이 만든 고품격 경제 주간지 '이코노믹 리뷰' (www.ermedia.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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