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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만 식후경일리가 없다. 춘천도 먹고 나서 춘천이다. 휭하니 다녀올 수 있는 춘천, 행복하게도 춘천에는 맛집이 지천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집을 우리가 뽕빨 내줘야 하는지 취재 대상 선정 부터 애를 먹었다. 각종 매스컴에서 찬양을 했던 곳을 재방문 할 것인가, 길거리 가다 대문짝 만하게 XX신문 선정 맛집이라는 간판을 보고 그 집을 취재할 것인가.. 따위는 사실 염두에도 없었고..
똥꼬 스토밍을 통해 독자들의 추천을 받고, 춘천에서 오래 살았던 토박이의 의견을 들어보고 인터넷을 뒤지면서 여행자들의 입소문에 귀를 기울인 후 정선하고 정선해서 나온 결과물이 바로 아래에 소개되는 영광의 얼굴들이다.
그 면면을 보시라.
관광객들이 추천 하는 맛집
춘천하면 딱, 떠오르는 먹거리, 아마 전국민이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딴 거 있것어. 막국수랑 닭갈비지. 두 놈 다 사실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거시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저거 먹겠다는 이유 하나로 경춘선에 오르는 여행자들이주말마다 청량리역을 버글버글 채우고 있다.
글타보니 이 동네에는 저 두 종목에 대한 챔피온들이 뜨르르하게 존재하시는데......벗뜨 그러나 전교 1등만 모아놓은 그룹과외에서도 젤 공부 잘하는 놈은 따로 있기 마련.
♣ 보쌈의 예술-옥산 막국수
옥산 막국수는 춘천의 막국수 강호에서 꽤 고수로 손꼽히는 집이다. 13년 역사가 있긴 하지만 그거이는 기나긴 춘천의 막국수 역사에서 그다지 긴 편에 속하지 않는 법. 글타면 이 집이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고수로 등극하시게 된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터이다.
이 집의 주메뉴는 가게 마빡 대로 막국수다. 막국수란 '메밀로 뽑은 면에 동치미로 만든 국물을 부어 먹는 거'이라는 것은 대충 아실 터. 이 집의 막국수는 그런 의미에서 기본에 상당히 충실했다.
일단 면의 메밀함유량이 아주 높다. 순메밀은 아니지만 거의 90% 가까이로 추측되는 면발이다. 근데 솔직히 순메밀면은 정통 막국수 마니아가 아닌 다음에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무지 꺼끌한데다 탄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옥산 막국수 정도의 메밀 함량...이게 딱 괜찮은 수준이다. '아 이거 메밀냄새 지대로 난다'하면서 무난히 먹을 수 있는 정도다. 육수로 나온 동치미 국물도 꽤 맛있다. 향긋함이 입안에 화색을 돋게 한다. 그러나 양념장이 결정적으로 평범하다. 막국수 부분에서 큰 점수를 받지 못했다면 그 평범성 때문이다. 감동 먹지 못하는 곳, 이거 우리는 맛집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쟁반막국수가 더 근사하다. 국수 위로 야채가 듬뿍 얹어져 한 입 씹으면 메밀의 투박한 향과 함께 야채의 기분 좋은 씁쓸함이 입 안 가득히 퍼진다. 특히 위에 얹어진 메밀순이 깨와 어우러져 내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메밀순은 언뜻 보면 콩나물 틱하게 생기셨는데, 생긴 것만 그러할 뿐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같은 싹채소에서 흔히 느껴지는 비린내가 없다. 마냥 고소하고 상큼한 맛을 내준다. 양념장은 물메밀과 마찬가지로 걍 평범했지만, 야채의 향이 워낙 좋아 양념장의 그저 그럼을 이겨 버려 주신다.
보이시지? 위에 수북히 얹어진 저 야채 말여.
진짜 이 집에서 추천하고자픈 것은 보쌈이다.
보쌈은 다른 그 어떤 곳보다 탁월하다. 냄새나지 않는 담백한 고기가 압권이다. 잘 삶아진 고기는 씹히는 맛에 있어 물렁하지도 딱딱하지도 않는 보쌈고기가 지켜야 할 탄력을 100프로 유지한다. 보쌈에서 빠질 수 없는 속김치도 양념이 깊이 베어있고 간이 잘 들었다.
탱글탱글한 고기와 칼칼한 김치. 죽음이다.
특히!
보쌈옆에 등장해주시는 쌈 야채가 아트시다. 상추, 청경채, 당귀, 치커리, 참나물, 양배추, 배추 등의 야채가 한 무더기 나오는데, 이거 지대로 재배한 야채더라. 특히 당귀와 참나물의 향은 사람 뿅가게 한다. 현재는 겨울이라는 계절의 한계 때문에 하우스 유기농 재배 야채를 쓰는데, 다른 철에는 제철 야채나 산나물을 쓴단다. 봄에는 두릅, 여름에는 방가지, 취, 곰취 등을 산에서 뜯어다가 사용한다고.
푸짐한 야채들. 향이 정말 예술이다.
장충동이든 어디든 난다 긴다 하는데서 보쌈을 즐겼던 딴지 기자들 공통으로 터진 한마디는..." 맛!!! 있다"였으니 완츄해도 망설임 없을 보쌈되시겠다.
종합 평점 : 막국수 ★★★ 쟁반국수 ★★★★ 보쌈 ★★★★☆
♣ 원조 중의 원조- 산골 닭갈비
닭갈비가 춘천에 자리잡은 것은 약 45년 전. 지금의 명동 닭갈비 골목에 한 두집 자리잡기 시작하여 약 30년전부터 '춘천 닭갈비'의 명성이 전국구화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춘천에만도 닭갈비 골목이 네군데나 있다고. 명동, 강원대 앞, 후평동 인공폭포 골목, 온의동 시외터미널 등지에 약 6~700업소가 바글바글 장사를 하고 있단다. 그 중 명동은 원조골목으로 아직까지 그 명성을 드날리고 있다.
근데 왜 닭갈비는 춘천이 맛있을까? 아무래도 춘천이 닭갈비로 전문화를 성공시키다 보니 많은 사람이 찾아서 재료를 소비하다 보니까 늘 신선한 고기와 야채가 공수된다는 것. 여기에 불판에까지 스며들 만큼의 오래된 공력 뿌라스 맛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기대감까지 가세해 춘천 닭갈비가 맛있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탓에 닭갈비에 관한 한 어느 집이 맛있고 어디가 맛없고는 구분하기가 어렵다. 특히 닭갈비 골목에 들어가 있는 집이라고 한다면 어느 집이나 주인의 비기 라며 재료를 공개하지 않지만 입속에 들어가는 맛은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봐도 틀린말이 아니다. 고로 춘천에서 맛난 닭갈비집을 찾는 수고로움은 굳이 하지 않아도 좋다. 눈에 보이걸랑...들어가시라.
그래도 한 집은 소개해줘야겠지?
산골 닭갈비는 닭갈비 원조 명동 골목에서도 가장 먼저 생긴 원조집이라고 한다. 골목에서 가장 큰 집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 손님 뿐 아니라 미군 부대, 일본 관광객, 중국 관광객 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는 글로발한 집이다. 글타고 여행사한테 커미션 줘가면서 단체 손님을 영업하는 집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가이드 밥 먹여주는 정도가 이 집에서 하는 전부라니 제법 호연지기가 엿보인다.
산골 닭갈비에서 스스로 말하는 맛의 비결은 바로 '정직한 맛'이다. 기본 양념 맛을 흐리는 깻잎등 향 강한 채소를 쓰지 않고 정직하게 양념맛으로만 승부한다고 한다. 고춧가루도 최고급 태양초만을 쓰고, 단 맛도 양파를 갈아 넣어서 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맛이 상당히 깔끔하다. 야채나 과일 특유의 기분 좋은 단맛이 입속으로 포근하게 전해져 온다. 먹다보면 기름기에 질릴만도 한데 그런게 없다. 편안한 맛...산골 닭갈비를 표현하기 딱 좋은 말이다. 조미료 맛 안나고 달지 않다는 거, 이거 하나 만으로도 이 집은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닭 냄새가 좀 난다. 하기사 이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방목한 닭을 쓰거나 냄새를 없애기 위한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는 한 닭 냄새는 날 수밖에 없다. 하루에 닭 몇 백 마리 어치를 파는 집에서 닭을 숙성시키거나 하는 건 바랄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러나 저런 것 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따로 있다. 양이 좀 줄었다! 사실 춘천 닭갈비 최고의 메리트는 양이 아니었던가. 보기만 해도 행복해 버리는 넘쳐나는 양. 근데 이 양이 줄었다는 것은 맛 없어졌다는 것 보다 더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닭갈비에서 인생 끝까지 가져갈 충격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주저 없이 산골 닭갈비에 들르시라. 마지막으로 산골 닭갈비를 맛있게 먹는 팁 하나. 불판에 오래 눌리시라. 이곳의 불판은 다른 곳 보다 두텁고 노련하여 지가 알아서 기름 양을 조절한단다. 불위에 오래 두어도 타거나 하는 일은 잘 없으니 오래오래 뭉근히 눌려서 드시길 바란다.
종합 평점: ★★★★
♣ 달콤함에 쓰러진다- 쌈쌈 숯불 닭갈비
철판 닭갈비 보다 먼저 군림하고 있던 '숯불 닭갈비'. 철판 닭갈비가 생기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던 숯불 닭갈비가 10년 전부터 다시 생기기 시작하더니 현재 주로 소양댐 부근에 진지를 치고 앉아 연기 피우고 있는다.
문을 연지 이제 겨우 2년이지만 쌈쌈 숯불 닭갈비는 소양댐 부근의 명물로 심심찮게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일단 외관이 먹어준다. 마치 서울 교외의 모닥불 때주는 찻집들의 그것을 보는 듯한 분위기다. 밤에는 조명 장치를 해 놓아 한층 더 운치를 더한다고. 그리하여 찾는 사람들도 주로 젊은 층들. 특히 연인에게 한 인기 하고 있단다.
외관이 상당히 아기자기하다.
명동 등 볶음 닭갈비 골목의 공식화된 가격은 1인분에 8,500원. 이곳은 1인분에 7,000원이다. 단순히 액수만 비교하고 이 곳을 택했다가는 낭패맞기 좋다. 양은 상당히 적은 편이걸랑. 한 3인분 가져야 두 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돼지갈비집 둘이 가면 3인분 시키는 거랑 비슷한 이치로 보심 되겠다. 참고로 닭갈비 골목에서 두명이서 2인분 시키면 배터진다.
하지만 양이 적은 것에 별 불만이 들진 않는다. 일단 재료가 상당히 좋다. 닭냄새가 전혀 없고 육질이 아주 부드러운 것이, 좋은 닭을 쓴다는 느낌이 팍 온다. 가게 측의 설명에 의하면 넓적다리 살만 쓰는 데다가 오랫동안 양념에 숙성시킨단다. 여그서 정말 질 좋은 닭은 육질이 쫄깃하다고 어깃장 놓으실 분 있겠다. 그 말 맞다. 토종닭이나 놓아 기른 닭들의 허벅다리살은 아주 육질이 탱탱하거든. 하지만 그렇게 대박 비싼 닭을 쓰지 않는 다음에야 닭냄새도 없고 부드럽기까지 하다는 것은 최선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차선은 된다고 보는 바이다.
아주 부드럽고 달콤하다.
양념 맛은 덜 맵고 감칠맛 있는 불닭이라고 생각하시면 쉽겠다. 아주 유별난 맛은 아니지만 무난하고, 불닭처럼 입 끝에 남는 매콤함이 좋다. 그러나 불닭과 비교하기 좀 미안한 것이, 이 집 숯불 닭갈비에는 불닭에는 없는 맛이 존재한다. 바로 '구이'의 맛이다. 이 집에서는 숯으로 불을 피우고 그 위로 맥반석 돌판을 올려 굽게 되어 있는데, 맥반석이라는 것이 원래 탄 것을 지가 알아서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뭐 그런 과학적인 야그는 집어 치더라도, ‘숯불’과 ‘돌판’이라는 쌍끌이 조리도구의 컴비네이션이 아주 그레이트하다. 숯불로 그을린 맛을 내고 돌판으로 기름을 흡수하니 이 아니 훌륭하냐고.
맥반석 판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숯불 닭갈비
이 집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잔재미. 직접 과실주를 담가준다. 마당에서 재배하는 살구와 꽃사과의 열매를 이용해 손님들에게 술을 담가 주는 데, 열매 나는 철에는 그때그때, 안 나는 철에는 예약을 받아둔다고 한다. 술병에는 임자들이 직접 라벨을 쓰는데, 라벨에 적혀있는 사연들이 심심찮게 재미있다.
그 외에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준다거나 모닥불에 가래떡, 감자, 고구마 구워주는 등 젊은 사람 입맛에 잘 맞는 여러가지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철판 닭갈비가 지겹다거나 닭갈비를 통한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사뿐히 숯불 닭갈비를 권한다.
종합 평점: ★★★★☆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맛집
춘천사람들이라고 맨날 닭갈비나 막국수만 먹고 사는 건 아닐 터. 외지 사람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지만 사실 춘천 사람들이 즐겨찾는 맛집들이 따로 있다. 우리 이런거 또 몹시 좋아라 한다. 그치?
♣ 어머니의 청국장- 신토불이 유천식당
구봉산 아래 거두리에는 길을 따라 청국장집들이 쭉 늘어서 있다. 신토불이 유천식당은 그 중 원조집으로서, 토박이들에게는 소문난 맛집이다. 대로에서 약간 들어간 전통 집의 외관은 허름함까지 느껴지지만 ,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은은한 포스가 느껴지더라.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온돌방이 펼쳐진다. 코끝에 퍼지는 진한 청국장 내음이 한방 가득하다. 구수하고 또 구수하다. 졸릴만큼 구수하다.
맛을 봐볼까?
우선 백반집 등 한식집의 경우 그 집의 맛을 가늠하는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주요리 나오기 전에 밑반찬 쭉 나오잖여? 그런 사소한 반찬에서 그 집 밑천의 여러 가지가 드러나는 법이란 말이다. 어떤 재료들을 쓰는지, 양념은 모자르거나 지나치지 않는지, 화학 조미료를 쓰는지 어떤지. 무엇보다 주방의 '손 맛'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집의 밑반찬은 충분히 합격점이다. 마늘쫑 볶음에서 확 끼치는 그 참기름 냄새라니. 다른 반찬들도 모두 아주 맛깔스러웠다. 밑반찬의 수준을 보아 주요리인 청국장이 맛있으리라는 것 또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음식의 조화를 일부러 의식한 세팅이었을까? 젓갈앞에 계란탕이, 매운 콩나물 무침 옆에 밍밍한 숙주나물이 함께 나온다. 짠 것과 싱거움, 매움과 담백함이 함께 어울리는 조화로움이다).
드디어 청국장.
이거 청국장이 이래도 되는거냐? 무슨 스프처럼 국물만 낼름 낼름 먹어도 전혀 짜다는 느낌이 없어도 되는거냐? 간이, 정말 딱 맞는다. 오죽하면 감정단 중 최고 원로 뚜벅이 옹, 하루 종일 음식 시식을 하고서도 청국장 앞에서 3일 굶은 사람마냥 식탐을 부리시더라니. 함께 나온 조개젓에 밥을 싹싹 비벼서 하는 말이..."이 놈이 밥도둑이네"
간이 기가 막히게 맞는 청국장.
무엇보다 청국장 특유의 꼬리꼬리한 냄새가 전혀 없다. 청국장 싫어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응가 비스무레한 냄새 때문에 질색 팔색을 한다구. 근데 이 집 청국장, 그 냄새 없다. 그렇다고 맛이 딸리냐, 아니다. 청국장 특유의 깊은 맛이 제대로 살아있다. 두부, 느타리 등 건더기도 충실하고, 특히 두부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맛있는 두부였다. 감히 '새로운 경험'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그런 청국장이었다. 여러모로 이 집은 강추다. 그것도 초 강추.
종합 평점 : ★★★★★
♣ 지하에 숨어있는 동태찌개- 현대식당
평범한 지하주차장 입구, 그 안에 식당이 있단다. 참 와닿지 않는 로케이션이지? 근데 정말 식당 있다. 하나도 아니라 너댓개가. 그 중 현대식당은 18년이나 이곳에 자리잡고 앉아 많은 토박이들을 이 구리구리한 지하주차장으로 이끌고 있다.
이 집의 주 메뉴는 동태찌개.
3인분을 시켜야 셋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 나온다. 양이 적은 편이라는 야그지. 글타구 '이거 ?케 적어!'하면서 버럭 화내기는 이르다. 양은 적어도 맛은 제대로다. 재료와 양념이 정직하게 들어간 진한 맛이다.
생선 자체가 굉장히 맛있다. 동태답지 않게 생태스러운 부들부들한 맛이다. 비린내도 전혀 없다. 거 있지, '고니'나 '곤지'라고 부르는 명태 내장, 그게 듬뿍 들어있다. 못하는 집에서 먹으면 그거 비린내 장난 아니다. 근데 여기꺼는 비린내 전혀 없이 말랑말랑하고 고소하며 부드러운 것이 끝내준다. 갠적으로는 생선살보다 내장이 훨씬 맛있더라.
이 곳의 매력 중 또 하나는 '깡장'이라고 하는 독특한 장이다. '막장'아는 사람 있을 거다. 강원도나 경상도에서 먹는, 된장 비스무리한 장 말이다. 그걸 뚝배기에 지진 거이가 깡장이다. 된장찌개보다 토속적이고 거친 맛이 매력이다. 그냥 먹기는 좀 짜고 밥에 비벼먹으면 딱이다. 여름에서 추석까지는 호박잎 찐 것을 준다니 그것과 함게 쌈으로 먹어도 좋을 거이고. 양배추 삶은 것도 잘 어울릴거 같다.
전체적으로 '강원도 출신의 솜씨 좋은 할머니의 손맛'이라고 하면 무리 없을 듯 하다. 토박이들에게는 특별할 거 없는 맛일지 몰라도 외지인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다만...아무리 손님이 많아 지치더라도 주인은 자주 웃어주면 좋겠다. 따님되시는 분이 넘 힘들어보여 먹는 사람이 부담느끼겠더라.
종합 평점: ★★★☆
♣ 젊음이 내는 맛 - 복사골 오리 숯불 구이
오리집은 한 동네에 하나 씩은 꼭 있을 정도로 흔한 아이템이다. 특히 계곡이나 강가에는 멍멍탕 붕어탕 하는 집 만큼이나 흔한 것이 오리 요리집이다. 오리탕이며 오리불고기며 입에 맞는 양반들은 철철이 찾아 먹는게 오리인데, 또 많은 사람들은 느끼하고 냄새난다며 두 번 먹게 되지 않는게 오리다.
춘천에도 맛있는 오리 고기집이 있다. 춘천이 왜 닭만 전성시대 맞느냐며 단단히 벼르고 있던 한 패밀리가 닭에 화끈하게 도전장을 내버렸다.
복사골의 오리 ?불 구이.
우선 냄새 없음이다. 과일을 포함한 28가지가 들어간 비법 양념에 푸욱 재웠다 나온 오리고기를 숯불에 지글지글 구워서 먹는다. 그래서 느끼하지 않다. 오리에 대한 편견 중 일부는 공장에서 가공되어 나오는 ‘공산품 오리’에 대한 편견인데 이 집은 오리 농장에서 잡아온 통오리를 쓴단다. 일단 주 재료의 질은 합격이다. 양념도 좋다. 일단 많이 달지 않다. 자극이 아니라 맛으로 승부하려는 자세라고 판단되는 바이다.
오리 말고도 이 집에는 찾아온 손님들을 감동시킬 만한 자잘한 배려가 많다. 오리를 시키면 고등어 자반과 김이 따라 나오는데, 이게 또 별미다. 촉촉하고 간이 잘 배인 고등어 자반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밥 한그릇 비울 만한 반찬거리이다. 김도 아주 맛있다. 들기름 발라 초벌구이한 김을 석쇠에 다시 구워 먹는 것인데, 옛날 연탄불 피워서 구워먹던 그 맛이 난다.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와 열무 물김치도 중간 이상은 가는 맛이다.
이 집의 맛에 뭔가 대단한 비밀이 숨어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노련하고 대단한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별미로 추천될 만한 맛을 낸다. 본 감정단은 이것을 '젊음의 힘'이라고 판단하련다. 오리나 고등어 등 충실하게 마련한 기본 재료며, 조미료와 단맛을 배제한 배합 양념이며, 숯불에 석쇠를 얹은 직화라는 방법에서 젊은 주인장의 맛에 대한 정면승부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맛있다'는 정공(正攻)은 다 취했다고 봄 될 듯 하다.
숯불과 석쇠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양념이다.
교통편이 좋지 않다는 흠이 존재하기는 하나, 전화만 하면 봉고차로 춘천 시내 전역에서 다 픽업된다고 한다. 춘천역에서 가뿐하게 전화 한 통 걸고 기다리시면 잘생긴 사장님이 차를 몰고 가신다는 것. 아 참, 이거 빠뜨렸네. 이 집 잘생긴 젊은 사장님, 혼처를 구하고 계신다고 하니 관심있는 여성분들은 얼렁 줄서시라. 평생 오리 고기 먹을 찬스다.
종합 평점 : ★★★★
쌩뚱 추천
♣ 특별한 데이트- 소양강 양어장
산천어는 원래 국내 하천에서 쉽게 발견되던 토속어종이다. 그러나 1급수에서만 살 수 있는 한계로 지금 야생에서는 무척이나 희귀하게 되어버렸다. 그러한 산천어를 양식하여 공급하고, 직접 먹어볼 수도 있는 곳이 춘천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소양강 양어장 되겠다.
이곳은 산천어 양식 국내 1호란다. 일본에서 기술을 들여와 양식에 성공했다고. 송어나 향어 양식에 비교해 산천어 양식은 진짜 힘들다고 한다. 양식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왕창 앞선 일본도 산천어 양식에 성공한 것은 몇십년 되지 않는단다. 회라고 하면 양식보다 자연산을 쳐주는 것이 우리네 심리지만, 이곳 사장님(안호성씨. 44) 말씀으로는 산천어는 자연산보다 양식이 맛있단다. 자연상에서 먹는 먹이보다 더 영양 많은 사료를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싶어도 자연산은 먹어볼 도리가 없으니 믿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 곳에서 양식하는 산천어는 춘천을 비롯 서울 근교에까지 나간다. 이 곳은 식당이라기 보다 양식장의 시식장 개념이다. 넓은 창으로로 들어오는 소양강의 전경과 양식장의 모습이 시원하다.
산천어 회의 맛은 같은 담수어종인 송어나 향어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그 보다는 더 고급스러운 맛이다. 송어나 향어가 단맛이라면 산천어는 담백하고 고소하다. 탄력이 강해서 씹는 감촉 또한 아주 좋다. 고기 씹는 식감이랄까, 육회니 고래고기니 하는 것들과 비스무레한 느낌이다. 뒷맛은 견과류와 비슷하다. 호박씨랑 비슷한 기분 좋은 지방 맛이 입안에 여운을 남긴다. 민물고기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독특한 진함이다.
한 여름에도 차갑기로 유명한 소양강 물줄기를 받아서 양식하는 생선인만큼 회로 나올 때도 아래에는 아이스 팩을 깔아서 내온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찬맛이 더 많이 배어나오는 매력도 놓칠 수 없다.
가게에서는 곁들임 야채에 고추장을 넣고 비벼먹는 걸 권하더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살짝 반대다. 사실 고추장은 자체의 향이 너무 강해서 무슨 회든지 맛을 똑같게 만들어 버린다. 회 자체의 맛을 섬세하게 즐기는 것을 권하고 싶다.
뽀나스로 팁 하나 더. 와인과 무척 잘 어울릴 듯한 맛이다. 화이트 와인이라면 샤도네이, 레드 와인이라면 끼안띠 류의 드라이한 와인을 추천한다. 불행히 이 가게에서는 와인을 취급하지 않는다니 직접 한병 차고 가시는 센스를 발휘하시길 바란다.
한손에 와인을, 한 손에 그녀의 손을 잡고 쌩뚱맞게 찾아보는 소양강 양어장, 때때로 큰 기쁨은 이런 의외성에서 비롯되는 거다.
종합 평점 : ★★★★☆
딴지 관광청 맛집 감정단 대빵 뚜벅이 (ddubuk@ddanzi.com) 똘마니 미키녹스 (mickeynox@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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