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북 함께 돌파구 찾아 나설 때 됐다"

문 대통령 "남북 함께 돌파구 찾아 나설 때 됐다"

경향신문 정제혁 기자 입력 2020.06.15. 21:20 수정 2020.06.15. 23:39

 

 

북 '대적 발언' 이후 첫 메시지

[경향신문]

 

평화롭게 모내기하는 북한 주민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15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들녘에서 주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강화 |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되었다.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인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반도 주인론’ 내세워 협력 제안
“김정은 위원장 결단·노력 잘 알아
북·미관계 등 진전 없어 아쉬움 커
더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 행보가 북·미 비핵화 협상, 남북 협력의 답보에 따른 실망감 때문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돌파구 마련을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와 협력사업 추진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남측에 대한 북한의 ‘대적’ 발언 이후 문 대통령의 첫 대북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나와 김 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모두가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를 공언하는 등 현 정부에서 이뤄진 남북 합의를 백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두 선언의 이행 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며 “오랜 단절과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다시 멈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시에 “우리 정부는 합의 이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 등 역대 정권의 남북합의를 열거한 뒤 “이와 같은 합의들이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관계는 훨씬 발전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등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에 보낸 영상 축사를 통해 “한반도는 아직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독자적인 남북 협력사업 추진을 거듭 제안한 것이다.